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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무산…그 이유는>

입력 2013-01-31 17:37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갖고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지하는 내용이 담긴 2013년 공공기관 지정 및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을 확정했다.

오랜 숙원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거래소 직원들은 침통한 분위기다. 거래소의 실질적인 주인인 증권사들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산과 의사결정 등에 대한 정부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나날이 격화되는 글로벌거래소간 경쟁을 따라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애초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50여년째 독점적 사업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이미 수차례 문제가됐던 방만경영을 막을 장치도 뚜렷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거래소 직원들 '침울'…증권가 "이해할 수 없는 조치" 거래소의 한 팀장급 직원은 "독점 사업 수익이 전체의 50%를 넘어가면 안 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받았던 방만 경영 문제는 조직을 슬림화하는 노력을 통해 일정 부분해소했다고 자평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공기관 지정 유지로 거래소의 해외 사업이 제약받는 점을 우려하는 직원들도많았다.

한 직원은 "거래소 간 합종연횡이 진행 중인 해외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라며"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남으면 시장 변화에 발맞춘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주인 증권사들도 공공기관 해제 불발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모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전 세계 거래소가 몸집을 키우고 수수료는 낮추는 추세 속에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아쉽지만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너무 관적인 시각으로 금융투자업을본 결과 같다"고 비판했다.

◇독점체제, 방만경영 전력에 발목 잡혀…'정치논리' 해석도 그러나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실패는 당연한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2005년 3억6천만원 수준이었던 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던 기간인 2006∼2008년 사이 8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고, 직원 복리후생비도 60%이상 늘었다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이후에야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작년에는 기업 공시정보를 사전에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던 코스닥시장본부직원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도 생겼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방만경영 전력을 씻어내기 위한 노력을 했다지만 국민이납득할 만한 정도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정 해제를 논한 것은 시기상조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독점구조가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거래소는 현ㆍ선물 등의 청산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고, 시장감시기능도 갖고 있다"면서 "이를 분리하지 않은 채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영리를 추구하기 시작할 경우 시장기능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공운위는 보도자료에서 "한국거래소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의해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하고 있어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공운법)이 규정한 공공기관 지정사유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운법은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거나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기관의 경우 그로 인한 수입이 총수입의 절반을 넘는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거래소가 주식과 선물을 중개하며 거둔 독점 수수료 수입은 2012년 예산 기준으로 전체 영업수익의 약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공운위의 이번 결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측이 이정환 전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했지만 이전 이사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탓에 공공기관 지정이란 일종의 '보복'이 가해졌다는 시각을 지지하는 이들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공운위원들이 현 정부가 임명한 인물들이란 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내년에는 해제되나 결과적으로 한국거래소는 당분간 공공기관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 수립 이후인 내년에 지정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는이야기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글로벌 거래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견해를밝힌 점이 주된 근거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체거래소로 불리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이 허용될 경우 한국거래소의 독점 구조가 깨진다는 점도 우호적여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운위도 "향후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거래소 허가주의가 도입되고 대체거래소설립이 가능해져 법령상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될 경우,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나날이 덩치를 키워가는글로벌 거래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공공기관으로 예산집행이나 사업 추진에 정부 통제를 받는 상태에서는 이들과경쟁하기는 커녕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해외 거래소가 국내에 진출한 것도 아니고, 해외 거래소시장에 한국거래소가 진출해 이익을 많이 올린다고 해서 투자자나 시장이 득을 보는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결국 거래소의 상장과 사익 추구로 이어질 텐데 그러려면 공적 부분을 모두 떼어내고, 현재의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꾸는 논의가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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