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자동차ㆍ선박 수출 얼어붙어>

입력 2013-03-31 05:58  

한국의 대(對) 일본 수출이 작년 하반기이후 급격히 둔화하자 '엔저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엔화 약세가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아직 엔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닥쳐 기업들의 '체감 엔저'는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 對日 선박·자동차 수출 급감 3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 일본 수출은 28억9천5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4% 급감했다.

지난달 일본에 수출한 198개 품목 중 124개 품목(62.6%)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선박해양구조물 수출액은 81.9% 줄어든 7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일본에 대한 자동차 수출은 엔저 움직임이 시작된 지난해 10월에 전년 동기보다74.6%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 1월19.7%, 2월에는 15.5% 감소했다.

이밖에 강반제품및기타철강제품, 전자시계및게임기 수출이 각각 71.1%씩 줄었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급증했던 식품류 수출도 엔저에 흔들렸다.

지난 1∼2월 대 일본 농식품 수출액은 3억2천71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8.8% 줄었다.

2월 기타 수산물 수출은 74.7% 줄었고 육류(-73.2%), 어류(-45.8%), 수산가공품(-38.4%) 수출도 줄줄이 감소했다.

일본 수출이 급감하자 한국의 13개 주력 품목 중 8개 품목의 2월 수출도 감소했다. 선박과 자동차 수출은 각각 40.3%, 15.1% 뒷걸음쳤고 철강 수출도 10.5% 줄었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떨어진 수출 경쟁력이 수출액 감소로 나타나기 시작한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환율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양적완화 정책, 엔화 약세 유도정책으로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작년 초 7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아베 정부 출범 후 90엔대로치솟았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월 수출 부진은 설 연휴로 통관 일수가 작년동기보다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아직은 엔저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신 연구원은 "수출 계약은 장기로 맺는 경우가 많아 환율이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며 "올해 4∼5월이 돼야 엔저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 원·엔 환율 1% 상승하면 수출 0.18% 하락 아직 엔화 약세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엔저가 이어지면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의 추산 결과, 원·엔 환율이 1% 하락할 때마다 한국 수출은 1차년도에 0.18%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이 엔저 정책을 공식화한 작년 9월 19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411.85엔이었으나 이달 29일 현재 1181.41로 16.3%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78.38엔에서 94.16엔으로 20.13%나 뛰었다.

단순 계산상으로 한국 수출이 연간 3%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가 양적완화 기조를 본격화한 데 따라 엔화 약세는 지금보다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엔·달러 환율이 올해 안에 달러당 100엔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기가 부진한 탓에 기업이 미치는 '체감 엔저'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한국은 세계 경제의 고성장에 힘입어 엔저에도 두자릿수 수출 증가율을유지했다. 수출 가격 경쟁력이 일본보다 떨어져도 탄탄한 해외 수출 수요를 바탕으로 엔저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엔저까지 '설상가상'으로 겹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철강, 가전, 섬유가 엔저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들 업종의 주력 수출시장과 경쟁 품목은 일본과 상당 부분 겹치고 한·일간제품 경쟁력 차이도 크지 않다.

반면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석유화학은 한국이 경쟁 우위를 확보한 덕분에 엔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종은 환율보다 국제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다만, 엔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일본 기업이 채산성과 경쟁력을 개선해 한국의 주력 품목 경쟁력을 넘볼 가능성이 커진다.

이효근 KDB대우증권 글로벌경제팀장은 "한국 경제가 아베노믹스를 기회로 적극적 투자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이제 가격 경쟁력보다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를 겨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ouble@yna.co.kr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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