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묶인 재벌그룹 투자의욕, 풀어줄 답 있나>

입력 2013-04-28 05:51  

국가경쟁력 훼손…"당분간 투자확대 기대 못 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내부 '돈쌓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유보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900%에 육박해 쌓아놓은잉여자금이 자본금의 9배에 달했다.

특히 10대 재벌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유보율은 1천400%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경기침체와 저성장 장기화 우려에 신규투자를 꺼리고 현금 확보에 주력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돈이 생산적 부분으로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게 되면 국가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10대 재벌그룹 유보율 4년새 500%P 증가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0대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2012년도 유보율은 1천441.7%로 2008년 말(923.9%)보다 517.8%포인트 증가했다.

자본금은 28조1천100억원으로 2008년 말 당시 10대 재벌그룹 상장계열사 자본금(25조4천960억원)보다 10.3%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잉여금은 235조5천589억원에서 405조2천484억원으로 72.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상장사 656곳의 유보율도 892.6%로 179.7%포인트 높아졌다.

유보율이 2천%를 넘는 기업은 총 127개(19.3%)로 5개 중 한 개 꼴이었고, 1만%가 넘는 기업도 10곳이나 됐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4만5천370%)였고, 태광산업[003240]과 SK텔레콤[017670],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004990] 등은 2만∼3만%대였다. 삼성전자[005930]의 유보율도 1만2천22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투자할 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투자는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고, 새 정부의 정책을 관망하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딱히 투자할 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당분간 기업 내부자금이 쌓이는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윤기 실장은 "1997년 외환위기 등을 통해 '대마불사' 신화가 깨지면서대기업들의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점도 한 원인"이라면서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 경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학균 팀장은 "돈을 사내에 놓아둘 명분이 없는 만큼 시장의 배당요구가 늘어날 수 있고,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규투자 증가 당분간 힘들다"…대안은? 올 들어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가 고조되고 있지만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최근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이 한국에 직격탄을날린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적극적인 신규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윤기 실장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에따르면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보이지만 문제는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우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좋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좋게 봐야 3%인 상황이고, 대외적으로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들어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등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쌓아놓은 유보금을 투자하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이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김 실장은 "정부의 압박만으로는 공기업이 아닌 이상 하는 시늉만 이끌어낼 뿐"이라며 "어렵더라도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신규투자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학균 팀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가 대놓고 밀어줬을 때도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인 삼성도 휴대전화와 반도체 이후를 고심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상황이고,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도 같은 고민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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