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신평사…정기평가 시즌 신용등급 하향 급증

입력 2013-06-03 05:52  

신평사 상하향배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떨어져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정기평가를 앞두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 건수를 하향 조정 건수로 나눈 값인 상하향배율도 올해들어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동안 회사채 발행사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신용등급을 과대평가한다는 비판을받아왔던 신평사들이지만, 올해 취약 업종 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결국 칼을 빼들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 국내 신평사, 2분기 들어 신용등급 줄줄이 강등 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분기가 시작된 올해 4∼5월에 유효등급이 하향 조정된 사례는 총 16건으로 집계됐다.

유효등급은 3대 신평사로부터 가장 최근에 부여받은 2개의 신용등급 중 낮은 등급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인정되는 신용도를 뜻한다.

지난 4월에는 STX[011810], STX엔진[077970], STX조선해양[067250] 등 STX그룹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총 7개사의 유효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5월에는 1분기 실적쇼크를 나타낸 GS건설[006360]과 SK건설 등을 포함해 총 9개사의 유효등급이 잇달아 강등됐다.

등급별로 살펴보면 투기등급보다 투자등급에서 더 많은 등급 강등이 나타났다.

올해 4∼5월 BBB등급에서만 총 9건의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BB등급과 B등급에서는 각각 3건, 2건의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다.

AA등급과 A등급에서도 1건씩 하향 조정이 나타나 전반적으로 올 2분기 들어 투자등급에서 11건, 투기등급에서 5건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발생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들은 주로 1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맞은 STX그룹,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태양광 기업 등이었다.

◇ '뒷북 비난 막겠다'…부실기업 강등 본격화 국내 신평사들이 4∼5월 들어 부쩍 신용등급 평가에 분주했던 까닭은 이번 달정기평가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등급 평가는 크게 신규로 등급을 부여하는 경우와 이미 부여한 등급에 대한사후평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사후평가는 다시 중대한 이벤트 발생 시 신용등급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수시평가와 정기적으로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정기평가로 구분된다.

정기평가는 보통 해당 기업의 결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연 1회 평가하기 때문에 결산일이 12월인 일반기업의 정기평가는 주로 6월에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작년과 올해 취약 업종 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국내 신평사들이 현재의 고평가된 신용등급을 더는 유지할 명분이 없어지자 신용등급 재조정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평사들의 정기평가 시즌인 6월에 한꺼번에 부실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경우 '뒷북' 논란에 시달릴 수 있어 지난 4∼5월에 사전적 하향 조정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신평사의 주요 수익원이 평가 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인 까닭에 그동안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김형조 동양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신평사들이 2013년은 '등급 하향 조정의해'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분위기였다"면서 "올 1분기 취약업종 기업들의실적이 부진해 신평사로서는 등급 강등의 명분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상하향배율은 상향 조정 건수를 하향 조정 건수로 나눈 값이므로, 1 이상이면상향 조정 건수가 강등 건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하향배율은 0.71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1분기 0.20까지 떨어졌던 상하향배율은 이후 2010년 1분기에 2.86, 2011년 1분기 10.0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1분기 다시1을 밑돌았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연간 기준으로 2009년 1.94에서 2010년 6.10까지 급등했던상하향배율이 올해 1분기에는 1.00까지 떨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된 경우가 늘고 있어 2분기 상황까지 감안하면 상하향배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잇단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당장은 회사채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겠지만, 장기적관점에서는 회사채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재무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됐던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6월 정기평가에 제대로 조정된다면 이후에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감소하고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도 줄어들 것"으로 낙관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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