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후폭풍> ① "유동성 잔치 연말에 끝난다"

입력 2013-06-23 06:00  

막대한 가계부채 해결 못한 우리나라에 '직격탄' 우려'링거' 뽑은 환자, 자체 체력 길러 병 이겨내야 ※편집자주 =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일정표 선언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지난 19일 선언한 양적완화 축소 방침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돈을 다시 거둬들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기준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낮추고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전개해왔다.

최근 미국 경제가 점차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자 과거 경기부양을 위해 취해왔던이런 '비정상적인 조치'들을 서서히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마치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고 체력이 회복되면 약이나 링거 등의 조치들을 줄여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의 이런 방침은 미국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신흥시장 국가를 비롯한 주변국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면 신흥시장 국가에서는 그동안 유입됐던 자금이 썰물처럼빠져나가고 경기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상승했던 자산가격의거품이 꺼지면서 위기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버냉키 의장의 선언 직후 미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 등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각국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는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06.04포인트(1.35%)가 급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353.87포인트(2.34%) 급락했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도 이틀 연속 급락해 1,820선으로 주저앉았고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대에 진입하는 등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급등세를 지속해 달러당 1천154.7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신흥시장 국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국가부도위험 지표인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중최고치를 기록했고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도 CDS 프리미엄이 치솟았다.

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러시아와 루마니아, 콜롬비아, 중국 등은 국채 발행을 취소하거나 발행 규모를 축소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자 500억 위안 규모의단기 유동성을 긴급 투입해 사태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금리가 오르면(채권값 하락) 채권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되고 이는 자금시장의 신용경색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신용등급에 따라 수요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만 올라 가계의 대출 원리금상환부담이 커지면 막대한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에는 직격탄이 될 우려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계부채에 대한 구조조정을 제대로하지 못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통제되면 부채 쪽에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인 환율 변동과 부채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사태는 예기치 못했던 연준의 강한 경고음에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한탓이며 일시적 충격만 진정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찮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명확한 일정을 제시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사라졌고 경기가 회복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호재"라면서 "미국의 양적완화로 한국에 자금이 많이 들어왔던 것도 아니고 우리는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건전하니까 충격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유동성이 과잉 공급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실물 경제 회복세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이런 괴리를 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포트폴리오재조정 과정에서 자본 유출입이 확대될 순 있겠지만 펀더멘털이나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미국 연준이 찍어내는 달러의 힘으로 버텨왔던 이른바 '유동성 잔치'가 끝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성장동력을 발굴해 경기 회복의 원동력으로 삼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병세가 어느 정도 호전돼 의사의 처방약과 링거 등의 조치가 중단될 예정인 만큼 완치의 상태로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체력을 길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 자문위원은 "연준의 이번 메시지는 세계 경제를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게 해줬던 버팀목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확실한 신호여서 아주 심오한 의미가 있다"면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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