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양적완화 '출구전략'…1994년 vs 2004년

입력 2013-09-19 14:47  

신흥국 '환호' 금물, 1994년 같은 금융위기 가능성한국, 기존 성장모델 버리고 새로운 모델 마련 시급

세계 경제는 위기와 극복의 역사다. 경제위기가닥치면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출구전략에 들어간다.

이번 양적완화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것이며 이제 서서히 출구전략이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지난 7월 아시아 신흥국들의 금융위기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증권가에선 IMF 경제위기 직전인 1995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기였던 당시 미국 경제는 좋았지만한국 등 신흥국 상당수가 외환위기 등을 겪었던 악몽을 되새긴 것이다.

연준이 장기간 저금리 기조에서 금리 인상기로 돌아선 가장 대표적 사례는 1994년과 2004년이다.

두 시기 모두 연준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두 배 이상 대폭 인상했지만 세계 경제에의 파급력은 크게 달랐다.

1994년의 경우 예상치 못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이른바 '채권시장 대학살'로 불리는 미국 채권시장의 폭락사태가 벌어졌다.

연준은 그해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간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0%에서6.0%로 인상했고, 인상폭도 한차례에 최대 0.75%(75bp)포인트에 달했다.

이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멕시코 등 중남미 신흥국이었다. 저금리 덕분에대량으로 유입됐던 미국계 자금이 한번에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1년만에 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뿌리가 흔들렸다.

중남미 경제위기는 3년뒤 1997년에는 아시아 외환위기로 이어졌고, 한국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했다.

반면 2004년 연준은 금리인상을 사전에 수차례 예고했고, 인상속도도 '베이비스텝'(baby step)이었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1.0%에서 5.25%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연준은 한번에 0.25%(25bp)포인트씩 무려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가 선반영된 결과 미 국채 금리는 완만히 하락했고, 금리인상 직후 상승세로 전환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신흥시장 주가를 나타내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이 기간 400대 초반에서 700∼800대로 오히려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출구전략이 1994년과 2004년 중 어느 쪽에 가까운 결과를 이끌어낼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단 연준이 시장이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유동성 축소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축소폭도 한 번에 조금씩 제한적일것으로 보이는 점도 2004년에 가까운 모습이다.

최근 매파 성향인 로런스(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연준 의장 후보 자진 사퇴도 연준의 향후 행보를 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문제는 세계 실물경기가 2004년 당시 만큼 좋지 못하고, 특히 양적완화가 진행된 지난 4∼5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본 신흥국들이 적자분을 외채로 메우면서 부채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가 이달 초부터 안정세를 되찾는 양상이지만 상황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 "1990년대와 비슷한 수준까지 갈 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신흥국 경제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을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오히려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 등 경제상황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안정적이어서 경제위기 우려에선 비켜나 있으나 새로운성장모델이 시급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등에 중간재나 소재를 수출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거와 같은 성장모델로는 더 이상 경제를 이끌어가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새 성장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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