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증시> ③ 성과급 사라진 증권가엔 '살생부'만

입력 2013-12-31 04:00  

증권사 돈 없어 송년회 망설여…소고기 메뉴 아예 사라져증시 침체로 증권사 5곳 중 2곳 이상이 적자에 '허덕'

#1. Ƈ천만→500만→200만→100만→0원?' A증권사의 15년차 직원 김모(37·여)씨에게 연말 성과급은 몇 년 전부터 '우울함'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됐다. 증시가 좋았던 2000년대 후반 1천만원 이상 나오던 김씨의 성과급 봉투는 2010년부터 얇아지기 시작했다. 2010년 500만원으로 급감한 성과급은 2011년 2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나더니 작년에는 고작 100만원만 김씨의 손에 쥐어졌다. 김씨는 "그나마 회사의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지 않아 작년에도 성과급은 나왔지만 작년부터 성과급이 없는 회사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증시 침체가 회복될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증권가에 성과급은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2. B증권사 한 지점은 올해 송년회 행사를 할지를 놓고 고민했다. 업황이 안좋은 마당에 송년회를 취소할까 했지만 한해를 되돌아보며 내년의 각오를 다지는 행사를 건너뛰기란 어려웠다. 대신 메뉴를 매년 먹던 한우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중국집 음식으로 바꿨다. 2차, 3차까지 이어진 예년의 송년회와는 달리 1차저녁만 먹고 헤어졌다. C증권사는 아예 점심 때 송년회를 했다. 연말 보너스가 사라진 상황에서 저녁에 흥을 내면서 술을 마실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술이없는 짧은 점심으로 회식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성과급이 사라지고 송년회가 간소해진 여의도 증권가엔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증권사의 어려운 사정은 사례 #1에 나온 김씨의 성과급처럼 국내 증시가 해를거듭할수록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거래대금은 986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1천702조원이던 것이 2012년(1천196조2천억원)에 이어 2년째 감소한 것이다.

2006년(848조4천억원) 이후 최저이며 2011년에 비해선 거의 절반가량 줄었다.

전세 대란에 가처분소득 감소까지 겹친 개인들에겐 주식에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는 것이 거래대금 급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증시 거래대금의 침체는 증권사의 실적 저조로 바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4∼9월) 증권사 5곳 중 2곳 이상이 적자를 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62개 증권사 가운데 41.9%인 26곳이 모두 1천9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증시 불황에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이익 감소까지 겹쳐 증권사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개인 거래가 침체해 증권사들의 3분기(10∼12월) 실적도 대체로 부진할 전망"이라며 "개인 투자활동에 대한수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권업종의 구조적 특성상 수익성이 계속 난항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체의 늪에 빠진 증권사가 꺼내든 카드는 '몸집 줄이기'였다. 성과급과 송년회가 사라진 자리를 구조조정과 감원의 칼바람이 대신했다.

최근 2년간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며 수많은 증권사 직원이 떠났지만 이어진 불황 속에 '살생부'는 여전히 증권가를 맴돌고 있다.

KTB투자증권[030210], 한화투자증권[003530], SK증권[001510] 등이 희망퇴직 등을 통한 감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동양그룹 사태'의 불똥이 튄 동양증권[003470]도최근 직원 500명을 감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 상황을 장담하지 못해 희망퇴직을 놓고 고민하는 직원이 많다"며 "올해 희망퇴직하면 그나마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데 내년까지 버티다가 쫓겨나면 그마저도 못 받을 수가 있다는 생각에 갈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불황 속에 증권사 매물이 '홍수'를 이루는 현상도 나타났다.

농협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우리투자증권을 빼고도 현대증권[003450], 동양증권, KDB대우증권 등이 매물로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대형 증권사 외에도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078020], 리딩투자증권등 10여개 중소형 증권사들도 인수합병(M&A)을 기다리고 있다.

62개까지 불어난 증권사 시장을 정리할 필요성은 꾸준히 나오지만 중소형사 매물은 특화된 수익구조를 지닌 것이 아니라는 평이 많아 M&A 성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워낙 낮은 상황에서M&A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어렵다"며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부의 유인책이 인수 메리트를 높일 수는 있지만 이 정책 하나만 보고 인수에 나설 곳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ong7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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