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릴레이 인터뷰> 이호철 거래소 파생시장본부장

입력 2014-01-27 04:00  

"파생시장 규제 목적 다했다…옵션 승수 인하도 검토 가능""세계로 뻗어나가려면 거래소 공공기관 굴레에서 벗어나야"

파생상품 시장이 얼어붙었다. 한때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은 갖은 규제의 '철퇴' 속에 10위까지 밀려났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 거래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유망 신상품을 개발해침체된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과연 거래소의 의지대로 올해에는 숨통이 트일까. 이호철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은 27일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는 목적을 다했다"며 규제 완화를손꼽아 기다려온 업계의 기대에 한 번 더 힘을 실었다.

◇ "파생상품시장 규제 완화 필요한 시점" 이호철 본부장은 한국 증시가 현물·선물 구분할 것 없이 너무 침체해 있다며입을 열었다.

"선후관계를 따질 순 없지만 현·선물 시장 간에 침체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뜨릴 답이 파생상품 시장에 있다고 봅니다." 파생상품 시장을 되살리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 본부장 역시 이 같은 생각에 공감했다.

그는 "지금의 파생상품 시장 규제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시작됐고 이제 그때의 위기 상황은 종료됐다"며 "지금은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 내려진 뒤,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력히 추진해왔다.

그는 우리나라가 당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지는 않았지만 파생상품 시장 규제라는 세계적 흐름까지 비켜가진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2011년 국내 증권사들이 초단타 투자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일명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 당국은 파생상품 시장 다잡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당시 규제의 목적은 파생시장에 지나치게 많이 들어와 있는 개인 투자자를 줄이고 기관 위주로 시장을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보면 이 정책의 목적은 이미 상당 부분 달성됐습니다." 좀 더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업계의 화두인 파생 거래세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래소는 일관되게 거래세 도입에 반대해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세수확보를 위해 정 필요하다고 하면 자본이득세의 형태로 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탰다.

옵션 거래 승수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금융위원회와 구체적으로 논의된바는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어느 시점에 가선 인하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 지정 '세계적 거래소' 도약 방해 이호철 본부장은 한국의 파생상품 시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거래소가 공공기관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거래소에 비해 신상품을 내는 절차가 까다롭고, 신상품 개발 뒤 외국 사업자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오는 3월 개설하는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와 관련해, 각국 거래소의 CCP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가령 싱가포르거래소나 상하이증권거래소 등과 경쟁 관계에 있는 홍콩증권거래소는 중국의 대형 은행을 자신들의 CCP로 유치하기 위해 거래소 지분 1~2% 매각을조건으로 내건다고 한다. 지분을 팔아 대형 은행을 주 고객으로 잡아두겠다는 심산이다.

한국거래소가 홍콩거래소처럼 적극적인 사업을 벌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할 땐이 본부장의 표정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우리도 해외로 뻗어나가고 싶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어 세계적 흐름을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거래소는 지난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성장동력을 상실했다며 정부에끊임없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해왔다.

◇ "파생상품은 나쁜 것?…오해 풀려야" 이 본부장은 파생상품에 대한 오해의 실타래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예로, 2008년 금융위기 때 문제를 일으킨 것은 '장외' 파생상품인데정작 비난의 화살이 '장내' 파생상품으로 쏠리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사람들은 장외든 장내든 파생상품은 모두 똑같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히려 눈에 잘 보이는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더 센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데 이는 상당히 잘못된 인식"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래소의 파생상품은 장내 상품"이라며 "거래소는 장외 파생상품을 장내로 편입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그들만의 리그'로 여기는 분위기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파생상품 거래는 전문가들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일반 투자자가 흔히 접하는 금융상품들도 알고 보면 파생상품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국민이 보다 적극적으로 파생상품에 대해 알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yun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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