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장 개장 한달> ② 지하경제 양성화 물 건너가나

입력 2014-04-17 10:18  

"문제는 가격"…개인 투자자도 업자도 외면한 금시장전문가들 "면세폭 확대, FTA금 수입규제 완화가 관건"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야심 차게 출범한 금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출범 4주째 하루 평균 거래량이 3㎏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금거래소의 경우 존립을 위한 최소 거래량을 하루 평균 10㎏으로 잡고 있으며, 대형업체들은 하루에 30~40㎏을 거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 애매한 가격, 금투자 전망 악화가 발목 잡아 금 현물을 소장하려는 개인 입장에선 분명 KRX금시장은 시중 귀금속상이나 골드뱅킹보다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금값은 g당 4만3천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거래소가 런던금시장연합회(LBMA) 등이 제공하는 시세를 토대로 산출한 국제 금시세(g당 4만3천280원)보다 1.1%(470원) 높은 수준이다.

금 현물을 인출하려면 여기에 수수료와 세금 등이 추가로 붙지만 시중 금은방이나 골드뱅킹 가격보다는 통상 3%가량 싼 가격에 금을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소매시장에선 경쟁력이 있지만 도매시장에선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금 유통업체의 도매가격보다 다소 비싼 편이라 금은방 등 관련 사업자가 장내시장으로 들어올 유인이 생기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금시장이 금 현물을 필요로 하는 개인이 접근하기 쉬운 시장인 것도아니다.

증권사나 선물사 계좌를 통해 KRX시장에서 금을 사고파는 것은 쉽지만, 인출은최소 단위가 1㎏(약 4천800만원)이나 돼 간단치 않은 탓이다.

1㎏짜리 골드바를 구입하는 개인 상당수는 탈세나 편법증여가 목적일 것으로 의심된다는 점도 이들이 구입기록이 남는 장내시장으로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된다.

이밖에 현물을 인출하지 않고 매매차익만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있지만, 글로벌경기회복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 약화로 투자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KRX금시장은 아직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손님'인 셈이다.

◇ 지하경제 양성화 불발 위기…"금수입 규제 완화 필요" 17일 업계 전문가들은 KRX금시장에 대한 금지금(金地金·순도 99.99%) 공급 단가를 낮추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KRX금시장 가격을 장외시장 도매가 이하로 낮출 수 있다면 금관련 업자들의 금수요를 대거 흡수해 '무자료 거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를 위한 조건으로 수입금에 대한 농어촌특별세(0.6%)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KRX금시장에 공급되는 수입금에 대해선 관세(3.0%)가 면제되는 대신 감면액의 20%에 해당하는 농특세가 부과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금이란 상품의 특성상 50원, 100원 차이도 상당히 크게 느껴지는데, 0.6%나 세금이 붙는다면 절대로 도매가격 아래로 내려갈 수가없다"고 말했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금을 수입하면 이런 문제로 고민할필요가 없지만, 관세당국과의 마찰 가능성 때문에 'FTA금'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업자는 없다고 한다.

한 귀금속 수입업자는 "현지 수출업자가 원산지 증명서를 잘못 발행할 경우에도국내 수입업체가 거액의 관세를 추징받게 된다"면서 "특히 해외업체는 금 공급원을영업비밀로 삼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으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세청은 지난 2008년 FTA 체결국인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한 삼성물산[000830]과 신한은행 등 국내업체들이 원산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120억원의 관세를 부과했다.

스위스 관세당국은 2년 뒤 스위스연방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해당 금괴의 원산지는 스위스가 맞다고 알려왔으나, 관세청은 부과 후 10개월 내에 원산지를 증명해야한다는 FTA 규정을 들어 관세 부과 결정을 유지했다.

이는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과 양국간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서 일부 마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KRX금시장에 대한 관세 면제기간이 내년 말까지란 점을 감안하면, 2016년부터는 FTA금을 수입하지 않고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준비팀장은 "시장 참여자가 늘고, 경쟁이 강화되면 보다 국제가격에 가까운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 개설 취지가 금유통구조 개선에 있었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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