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어린이 구호에 앞장섰던 오드리 헵번은 대장암에 걸린 사실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았으나, 완쾌하지 못한 채 치료를 받다가 63세의 일기로 숨을 거뒀고, 가수 이문세의 주옥 같은 노래들의 명 작곡가 이영훈 역시 안타깝게도 48세에 대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주변에서 대장암으로 치료받으신 경험이 있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만큼 대장암은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만큼 대장암이 많아졌다는 증거이고, 언제 나의 일이 될지 모를 일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대장암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장암의 정체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장암이 발생하는 대장은 어떤 장기일까? 대장은 입으로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의 소화기관에 속한 장기로서, 소장과 항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소장에서 대장으로 넘어온 내용물은,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들과 담즙과 함께 분비된 노폐물 그리고 수분 등으로 구성된다. 대장은 설사할 때와 유사한 이 액체 상태의 내용물을 받아서 수분을 흡수한 후, 나머지를 굳어진 변으로 만들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대장은 소화되고 남은 것들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수분은 분리하여 다시 쓰고, 나머지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대장은 장의 직경이 소장에 비해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분리하여 재활용하고, 저장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름이 큰 대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장은 다시 맹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에스결장, 그리고 직장이라는 세부적인 영역으로 구분되며, 병이 어느 부위에 생겼는지 정확하게 표시할 때 이 세부 명칭을 사용한다.
왜, 대장에 이렇게 많은 암이 생기는 것일까? 대장의 바로 앞에 있는 소장암의 발생률은 대장암에 비해 1/25에 불과하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대장에 얼마나 많은 암이 생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소장의 길이가 6m 정도로 매우 길지만, 대장의 길이는 1.5m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같은 길이의 소장보다 100배나 많은 암이 대장에서 발생한다고도 유추할 수 있다.
소장암이나 대장암은 외부에서 음식물에 섞여 들어온 발암물질과, 우리 몸의 대사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된 발암물질이 장점막에 접촉하면서 발생한다. 이런 발암물질은 장의 내용물과 섞여 소장과 대장을 통과한 다음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이런 장내용물이 소장을 통과하는 시간은 3~4시간 정도인데 비해서, 길이가 1/4에 불과한 대장을 통과하는 데 30~40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소장보다 대장은, 장의 내용물 속에 포함된 발암물질과 무려 10배 정도나 더 오랫동안 접촉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수분이 흡수되고 굳어진 대장의 내용물인 대변은, 소장의 내용물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고농도로 농축된 발암물질에 대장점막이 오랜 시간 노출되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인류공통으로 매우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암이 대장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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