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과속'' 부작용 우려

입력 2009-08-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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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를 빨리 풀어 보금자리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과 관련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민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과속''에 따른 땅값 상승과 2013년 이후 보금자리주택이 크게 줄어드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과정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 제때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은 너무 서두른 면도 없지 않습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내놓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획기적인 서민주거대책을 갖고 있다''고 말한 이후 서둘러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습니다.

또 30년 넘게 묶어놨던 그린벨트를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단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해제할 경우 땅값, 집값 등 부동산 가격 상승도 불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하남시의 경우 미사지구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지정 여파로 지난 6월 0.67%, 7월에는 0.9% 오르며 두달 연속 지역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미사지구 개발로 주변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정부는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땅값, 집값 상승에 대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린벨트내 토지거래허가제를 엄정하게 운용하고,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미등기 전매나 불법 전매, 청약통장 불법거래 단속 등 투기대책만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용으로 배정된 그린벨트 78.8㎢를 다 해제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입니다.

우선 보상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현재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하남 미사지구, 강남 세곡 등 4곳의 경우 보상 시작 전부터 보상가를 높이려는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은 개발계획 승인만 난 상태에서 분양가와 분양시기, 입주시기 등을 입주 예정자에게 미리 약속하고, 사전예약 형태로 공급하기 때문에 보상 문제는 사업주체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상가 협의가 지연되면 사업 전체 일정이 흔들려 입주에 차질을 빚고,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보상가를 높이면 사전예약에서 약속한 분양가를 맞춰주기 어려워 집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시행자인 대한주택공사의 자금 부담도 커집니다.

정부는 매년 보금자리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면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 2조원씩 총 10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간 소요자금 2조원은 국민주택기금과 국가 재정에서 연평균 1조4천억원이 지원되고 연 5천억~1조원은 주공이 채권발행 등으로 자체 조달해야 합니다.

정 장관은 "최근 주택종합저축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국민주택기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주공입니다.

주공은 오는 10월부터 토지공사와 합쳐 한국토지주택공사로 다시 태어납니다.

통합공사 설립후 재무구조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 토지주택공사 입장에서는 채권을 자꾸 발행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상 과정에서 계속 주민들에게 끌려다니면 보상비가 올라가고, 사업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그린벨트를 예정대로 해제해 매년 8만가구를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한꺼번에 풀린 보상비가 주변 부동산에 재투자돼 유망지역의 집값, 땅값을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하려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을 2012년으로 무려 6년이나 앞당겨 공급함에 따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정부는 지난해 9.19대책에서 올해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수도권에서 총 10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하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30만가구, 신도시에서 50만가구, 도심 재개발 방식으로 2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이 경우 연평균 1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린벨트 물량 32만가구를 이명박 대통령 임기내인 2012년까지 모두 쏟아내면 공급물량이 기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2009년~2012년까지 4년간은 그린벨트 해제 물량이 늘면서 종전 계획의 2배인 연평균 20만가구가 공급되다가 그린벨트 물량이 없어지는 2013~2018년까지 6년간은 연 7만가구만 공급됩니다. 종전대비 65%나 줄어드는 것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2013년 이후에는 공공주택에 대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4년 뒤 보금자리주택 감소에 대해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이번 대책 역시 ''근시안적인 정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3년 이후에는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물량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며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등 우려가 있다면 신도시 공급물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와 달리 현 정부들어서는 신규 신도시 지정을 전면 중단한 상태여서 정부 계획대로 신도시에서 공급물량 확대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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