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통신업계에서의 이러한 변화가 의미가 있다고요?
기자-1> 네. 지난 몇 년간 사실 통신업계는 정체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신은 유선에서의 초고속인터넷, 그리고 무선에서의 CDMA라는 양대축으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왔습니다. 이러한 통신인프라는 IT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됐는데요.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정체상태였습니다. 이미 발달된 통신 인프라는 조금 더 속도를 올리고 조금 더 가입자를 확보하는 양적인 성장이 조금씩만 이뤄져 왔습니다. 통신업계가 정체 상태가 지속되자 통신업계는 서로 더 많은 가입자를 뺐기 위한 마케팅 경쟁만 이뤄졌는데요. 지금은 질적인 변화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2> 어떠한 점들이 변화라고 볼 수 있나요?
기자-2> 컨버전스, 우리말로 융합인데요. 2~3년전부터 IT 업계에서 이 말 참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당시에는 비전으로만 얘기됐던 융합이 이제 실제 이뤄지고 있습니다. 통신업계에서의 융합의 큰 흐름은 바로 유선과 무선의 융합입니다. 구체적인 형태로는 KT와 KTF의 합병이 올 6월에 있었고 LG텔레콤과 LG의 유선계열사인 LG데이콤, LG파워콤이 내년 1월 합병할 예정입니다.
유선통신회사와 무선통신회사가 합병하면 유선과 무선으로 나뉘어진 기존 서비스의 경계는 흔들립니다. 대표적인 것이 KT가 최근 내놓은 FMC 서비스인데요. 유선통신회사가 관리했던 무선랜을 이용해 움직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는 방식입니다. 비싼 통신 수단으로만 인식됐던 이동통신의 요금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내년초 LG텔레콤이 합병하면 유무선 통신회사간의 경쟁이 커지면서 이처럼 유선과 무선의 경계를 허문 서비스들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그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편리해집니다.
특히 최근 KT가 출시한 아이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3> 아이폰은 큰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판매대수에서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던데요?
기자-3> 네. 실제 KT는 내년 아이폰 가입자로 약 40만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인구로 비교해보면 1%도 안되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큽니다.
아이폰의 특징은 크게 2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하기 쉬운 스마트폰. 그리고 쉽게 쓸 수 있고 유용한 10만여개의 스마트폰용 프로그램입니다. 스마트폰은 핸드폰과 달리 운영체제가 있어서 운영체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마치 컴퓨터처럼 자유롭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옴니아가 있었는데요. 물론 사용자가 컴퓨터에 상당히 익숙하다면 옴니아를 이용해 더 다양하게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사용법이 복잡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쓰기에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은 간편한 사용법으로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3천만대가 넘게 팔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사용하기 간편한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천대받던 스마트폰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 스마트폰에서 가능한 무선랜을 통해 무선 데이터 시장이 커지고 이동통신 시장은 기존 음성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역시 유무선의 융합이 가속화됩니다.
유무선 융합이 가속화되면 앞으로 2~3년 뒤에는 다양한 무선 서비스들이 나와서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단순히 아이폰의 출시만으로도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T옴니아의 가격을 내렸으니 아이폰이 시장의 경쟁을 촉발시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4> 지금 말씀하신 것을 쭉 들어보면 통신 시장에서의 융합이 이제 본격화되고 있고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내용중에는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빠져 있는데요?
기자-4> 네. 통신업계에서의 융합에서는 SK텔레콤은 소외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유무선 융합은 KT가 특히 적극적입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금 무선 시장에서 매년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려왔습니다. 하지만 유무선 융합은 이러한 시장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에 비해 소극적이었습니다. 최근 SK텔레콤이 내놓은 T존 서비스는 유무선 융합에 대해 이동통신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다른 방면으로 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IPE라는 것인데요.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를 기존 통신이 아닌 다른 산업과 결합시켜 새로운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통과 통신이 결합되면 재고 파악이나 물품관리가 훨씬 더 쉽게 되고 의료와 결합되면 각 환자의 차트를 어느 병원에서나 손쉽게 보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정만원 사장은 얼마전 이러한 IPE를 통해 앞으로 10년 뒤에는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웅대한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SK텔레콤으로서는 그때까지 KT의 유무선 융합을 통한 공격을 막고 수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통신의 흐름을 바꿔야 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좀 더 장기적인 의미에서는 통신업계 전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5> 네. 박성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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