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시리즈⑫] 기부문화는 ''낙제점''

입력 2009-12-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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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경제TV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꼭 짚어야 할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담아 보는 기획리포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획특집 ''코리아브랜드를 높여라'' 오늘 이 시간에는 아직은 갈 길이 먼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민수 기자입니다.


<기자>
세계 최고의 부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핏은 지난 5년간 407억달러, 우리 돈으로 47조원에 이르는 거금을 기부했습니다.

그는 모든 이에게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성공은 더 큰 나눔을 위한 준비였고 우리는 그를 통해 존경받는 부자란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자>
이 곳 광화문 광장에는 기부의 정도를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있습니다.

현재 온도는 32도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기부 문화, 나눔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요?

<기자>
서울 영등포의 한 골목.

찬 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지만 연탄을 나르는 한 금융그룹 임직원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흐릅니다.

벌써 몇해째 해오고 있는 이 봉사활동에 올해도 모든 임원이 동참했습니다.

<인터뷰> 최현만 미래에셋 부회장
"사실 경영의 목표는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지만 기업 존재의 의미는 사회와 함께 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고 본다."


서울 신월동에 위치한 한 지역재활센터.

추운 겨울이 힘겨운 이웃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한 증권사 임직원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박영빈 우리투자증권 전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임직원이 뜻을 모아 뜻깊은 행사를 하게 됐다."


최근 우리 기업들 사이에도 나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비용은 7배나 늘었고 이는 우리 사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제는 기부를 넘어 직접 나서는 봉사활동까지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 사회와 호흡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효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실장
"최근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질적·양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NGO와 파트너쉽을 맺어 효과적인 사업을 해야 한다."


지난 한해 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모인 기부액은 모두 2700억원.

이 돈은 아동과 노인, 여성, 지역사회 등 우리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달돼 새로운 희망이 됐습니다.

<기자>
기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늘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낙제점 수준입니다.

이는 기부문화가 가장 잘 갖춰진 미국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지난 2006년 한해동안 미국이 기부한 자선기금 총액은 26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60조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83%에 이르는 개인기부 비율입니다.

또 거액의 기부자 보다는 일반 중산층들의 비부비율이 60%를 넘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분석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개인기부 비율은 15.8%.

주요 선진국은 물론 이웃나라인 일본, 중국에도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반면 기업은 6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기업은 기부하지만 기업인은 기부하지 않는 나라. 기부에 인색한 나라. 이것이 지금 우리 기부문화의 현실입니다.

<인터뷰>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
"우리나라 기부문화 중 기업인이 아니라 기업이 기부하는 문화는 잘못된 것이다. 기업은 한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인과 민간인이 기부하는 것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와 사회적 환원에 인색한 우리의 문화를 바꾸는 것입니다.

기부를 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 그리고 올바른 교육이 인색한 우리의 기부문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또 기부와 사회공헌에 힘을 쓰는 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특별한 관심도 기부가 늘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전상경 한양대 교수
"기업은 자신의 가치 극대화를 위해 사회공헌 투자를 하고 이로 인해 사회와 좀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그 사회공헌 투자를 잘 인식한 일반 대중들이 그 기업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이런 선순환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기부를 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세제혜택을 주고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관련 법규를 고치는 일입니다.

<인터뷰>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
"현재 기부 관련 법률은 입구를 막는 형식으로 돼있다. 기부를 할 때 탈세와 불법이 염려된다고 입구 전체를 봉쇄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안된다. 입구를 확실히 열고 출구에서 잘못된 것을 잡아주면 된다. 그래야 기부문화가 활성화된다."


<기자>
개인도 마찬가지지만 한 나라의 품위는 꼭 돈과 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소득이 국가의 품위를 나타내는 국격의 요소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곳이 바로 국격이 높은 나라입니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어려운 이웃에게 진심어린 기부를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일일 것입니다.

WOW-TV NEWS 김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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