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심의회?

입력 2010-05-3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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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1>교통사고로 불치병을 얻은 환자들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회''의 이상한 치료기준과 효력논란이 일고 있는 공문 한 장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기막힌 사연.

전재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년 전 버스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이른바 CRPS라는 불치병을 얻은 임현 씨.

심해지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수술을 받으려 했지만 수술이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인터뷰> 임 현 서울시 잠원동

"자비를 들여서라도 3월 23일날 수술날짜를 잡았는데 손보사에서 각 병원에 자배법을 들이대며 수술해주면 고소하겠다해서...당장 급한게 수술인데 수술을 못하고 있어요. 이 현실이 원망스럽고요"

담당의사도 환자 치료를 하고 싶지만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의 공문 한 장을 보고 수술을 포기했습니다.

<인터뷰> 문동언 강남성모병원 마취통증과 교수

"환자를 위해서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입장이에요. 우리나라의 법 같아서는..."

자동차보험진료 수가의 분쟁을 조정하는 심의회에서 어떤 공문을 보낸 것일까?

분쟁심의회에서는 지난 3월 30일 임현 씨와 같은 CRPS 환자들에 대한 치료기준을 만들어 보험 적용에 나선다고 결정했습니다.

새로 마련된 자동차보험기준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과 달리 붓거나 색이 검어지는 등의 8가지 증상이 동시에 일어나야만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일선 의사들은 기준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문동언 강남성모병원 마취통증과 교수

"장애인 중에서도 약한장애, 네개만 맞으면 약한 장애, 4-6개 맞으면 중등장애, 6개 이상이면 심한 장애라고요. 아주 극심한 장애, 장애인만 수술을 하라는 것은 말이안되죠. 장애 전에 장애를 예방을 해야죠"

CRPS 치료비는 1년에만 수 천 만원.

분쟁조정 심의회의 기준대로라면 불치병인 CRPS 환자들에게 자동차 보험 적용포기는 결국 치료를 단념하라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손해보험사엔 그만큼 이익입니다.

인터뷰>최종수 손해보험협회 홍보팀장

"교통사고 피해자 중에서 CRPS로 인한 환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보험금을 많이 받고자 도덕적 해이를 가진 일부 CRPS환자로 인해 선량한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분쟁심의회가 병원에 보낸 공문은 해당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아직 고시하지 않은 사항이어서 법적 효력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계환 변호사 법무법인 서로

"고시를 정할 때 자동차진료수가 분쟁조정심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거든요. 분심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관일 뿐.."
대법원의 한 판례에도 "분쟁심의회의 심사결정을 행정처분으로 볼수는 없고 법적구속력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심의회의 기준을 가지고 과거 수술까지 소급적용해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면서 보험사와 병원간의 소송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서울대학병원 관계자

"재료대가 몇 백만원인데 결국은 판결이 어 떻게 날지 모르고 붕떠있는 상황이지만 환자 한테도 못받고 보험회사에도 못받으니 병원도 적자겠죠"

분쟁조정심의회의 무리한 치료기준 설정으로 CRPS 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WOW-TV NEWS 전재홍입니다.

<앵커-2>해마다 1만 건이 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을 심의하는 이 민간기구는 어떤 곳이길래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질까요.

김주영 기자가 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를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자동차보험 분쟁을 조정하는 자보수가심의회.

자동차보험 적용의 기준을 만들고 분쟁을 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의회의 분쟁 조정결과는 당사자들이 한 달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

한 해 1만 여건이 넘는 자동차보험 분쟁을 이 곳에서 처리하지만 조직운영은 베일에 가려있습니다.

심의회는 비영리단체로 예산이나 지출내역도 비공개입니다.

어떤 회의가 열리고 무슨 이유로 결정이 내려졌는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해당사자인 보험사와 병원의 출연금과 심사수수료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한국경제TV가 입수한 심의 회의록을 보면 전문위원회에 속한 의사들 가운데 일부는 분쟁의 이해당사자인 보험사 자문의로 활동하며 수임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오중권 보험소비자연맹 본부장

"자문위원 6명중에 1명이 보험회사 자문의 활동을 한것으로 나타났고 자문의 한명이 수임한 수수료는 연간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보험사 자문의로 의뢰했을때 결국 보험사에 유리하게 심판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이 든다"

스탠딩> 김주영기자

심의회가 보험사의 자금으로 운영되면서 일부 심사도 이해당사자인 보험사 자문의가 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보험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감독권한은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금융감독원 관계자

"어이가 없다니까요. (국토부가 감독하지 못한 건가요?) 그렇죠. 살펴보시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합니다"

심의회의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도 관리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녹취>국토부 관계자

"어느 법 조항에도 심의회를 지도감독하라는 법 조항이 없어서 저희가 비공식적으로 묵시적으로 이것좀 자료좀 달라 하면서 하는 편입니다. 심의회에서 버팅기면 강제할 조항이 아무것도 없습니다.법령상의 의무조항을 따지면 되잖아요. 법령상의 (감독·관리)의무조항이 없으니까 입법미비라고 보면 되겠네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불공정한 심의 의혹만 커지고 있습니다.

WOW-TV NEWS 김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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