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성인들은 정기 종합건강검진을 받는다.
의사는 혈액검사, 초음파진단, X선 촬영 등을 통해 우리 몸을 정밀히 살펴본 후 이를 기초로 종합 진단을 내린다.
몸에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은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은데, 현재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상 징후를 조기 발견함으로써 큰 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의 거대한 한 축인 기업도 정기적으로 종합건강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기업의 경영상태가 얼마나 건실한지를 살펴보는 ''기업경영분석''이 그것이다.
기업경영분석은 당초 은행이 거래 기업의 신용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는데, 오늘날에는 경영자와 투자자의 의사결정, 정책당국의 경제동향 판단과 산업정책 수립 등에도 유용한 참고자료로 쓰인다.
건강검진 결과 장기의 정상적인 활동, 병원균에 대한 항체 보유, 적정 수준의 체지방 등이 갖춰져야 건강하다는 진단이 내려지듯이 기업들의 재무제표에서 얻어진 다양한 지표의 분석 결과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현금흐름 등이 양호해야 기업이 건강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2010년 1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건강상태를 살펴보자.
먼저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기업의 외형 신장세를 나타내는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7.4%로 크게 상승했으며, 성장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총자산과 유형자산 증가율도 각각 전분기말 대비 2.2%, 1.7%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도 7.2%로 전분기의 5%보다 높아졌다.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파악할 수 있는 부채비율도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3월말 116%까지 올랐지만 그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3월말에는 101%로 떨어졌다.
재무위험 노출 정도를 나타내는 현금흐름을 보면 기업의 평균 현금증가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유입은 늘었지만 투자를 위한 현금지출이 증가하고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조달이 줄면서 나타난 결과이니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다만 영업활동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중소기업의 경우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번 통계에 ''옥에 티''를 남겼다.
이는 중소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외상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는데, 아무튼 현금흐름보상비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돈으로 이자와 단기 빚을 갚을 돈이 모자라 외부에서 자금을 추가 조달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므로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있는 경우 주기적인 경과 관찰만으로 그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전문의의 정밀검사가 필요한 때도 있다.
이번 분석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대체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중소기업의 유동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반적인 상황이 호전되었음에 만족하지 말고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지지 않도록 중소기업의 유동성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글 : 김선임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