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있어 금융과 실물은 동전의 양면이며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금융과 실물은 서로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경제가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금융부문이 원활하게 작동하면 소비, 투자 등을 위한 자금의 융통이 활발해지고 실물 경제활동이 촉진된다.
그래서 금융은 곧잘 경제의 혈관에 비유된다.
혈관이 제대로 기능해 피의 순환이 활발해야 몸이 건강한 것처럼 금융이 원활해야 실물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물거래와 금융거래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므로 경제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두 거래를 동시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민소득통계나 산업연관표가 실물거래만을, 통화금융통계가 금융거래만을 기록하는 반면, 두 거래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통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금순환표이다.
자금순환표는 금융기업, 비금융기업, 정부, 개인, 국외의 다섯 부문으로 구분해 각 경제주체가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과부족을 금융거래를 통해 어떻게 조달․운용하는가를, 그리고 자금이 부족한 부문과 남는 부문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등을 보여준다.
2010년 1분기중 우리나라의 자금순환동향을 보면 개인 부문은 경기 회복에 따른 소득 증가로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더 크게 늘어 순금융자산이 증가했으나 정부와 비금융기업 부문은 순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부채는 자금수요 증가로 차입 등 자금조달 규모가 금융자산 투자 등 자금운용 규모보다 큰 것을 의미한다.
1분기중 정부 부문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의 증가로 국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확대되면서 9조3천억원의 자금부족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적자 규모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나 그 증가 추세가 가파른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금융기업 부문도 경기 회복에 따라 자금수요가 증가하여 자금부족 규모가 전분기의 5조7천억원보다 확대된 14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비금융기업의 자금부족은 내부유보가 부진하거나 설비투자 확대 등으로 외부자금 차입 수요가 큰 경우에 늘어나는데, 1분기 국민소득통계에서 민간 부문의 고정투자(명목 기준)가 전년동기대비 9.2% 증가한 것을 보더라도 투자자금 수요가 컸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개인의 금융자산이 늘어나고 정부와 기업의 자금수요가 확대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득공제 환급금 지급, 예산의 조기집행과 같은 계절적 요인도 있었던 만큼 실제로 경기 회복세가 전체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와 함께 출구전략의 시행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 : 김민영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