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한전, 자회사 통합 무산

입력 2010-07-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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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 재통합에 대한 KDI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좌우할 사안인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성진 기자.

<질문1> 연구결과가 나왔죠? 어떻게 다시 합치는 것이 낫습니까?

<답변1> 먼저 결론적으로 발전 자회사는 오히려 완전 독립. 한국수력원자력은 통합이 낫다는 의견입니다.

이 연구는 한국전력의 발전사 재통합 요구에 정부가 지난해 12월 제3자인 KDI에 의뢰해 이뤄졌는데요. KDI는 각 분야에 대해 다양한 복수의 대안을 같이 제시했지만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익보다는 경쟁 체제 유지에 따른 이익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정책을 정할 예정인데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어제 기자들과 만나 경쟁과 책임을 강조하며 재통합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오히려 한국전력과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독립성을 부여하면 책임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한전과 발전 자회사 분리 이후 민영화가 중단되며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던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도 이제 방향성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2> 지금까지와 달라진 부문은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인데요. 문제가 없습니까?

<답변2> 네.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 이것은 한국전력이 가장 원했던 부문입니다. 지난해 UAE 원전 수주 때도 그랬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국제 경쟁을 벌이는 것에 비효율과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KDI 역시 이 문제는 가장 명확하게 답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3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한수원 부문은 단 5페이지 불과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경제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통합은 쉽지 않습니다. 바로 정치적인 문제 때문인데요. KDI의 이야기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수일 KDI 연구위원
“한전이 한수원 통합을 강력히 요구해 한수원 지위 검토에 들어갔다. 일단 원전 수출 역량 강화 측면에서 통합은 바람직하다. 반면 한수원 통합시 정부 정책 신뢰성이 훼손된다. 특히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이 방폐장 유치의 조건이었던 만큼 경주 주민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현재 한전은 전남 나주로 한수원은 경주로 본사를 옮기기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 경우 아무래도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은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본사 이전을 전제로 방폐장 건설에 찬성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오후 2시에 있었던 토론회에도 경주 주민 300명이 참석해 단상을 점거하며 강하게 항의한 바 있습니다. 또 한수원 본사 이전은 방폐장 특별법에 규정돼 있어 법을 무시하고 통합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정치적, 정책적 부담이 너무 큰 만큼 한전과 한수원 통합은 한전 본사가 경주로 오지 않는 이상 힘들 전망입니다. 이 경우 나주 주민이 가만히 있지 않겠죠. 결국 정부 역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3> 이밖에 발전 자회사는 어떻게 됩니까? 당초 연료 통합 구매나 효율성 측면에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전의 주장이었는데요.

<답변3> 통합의 핵심 쟁점이 연료 통합 구매입니다. 하지만 KDI는 통합구매보다 개별 구매가 낫다는 의견입니다. 대량 구매한다고 해서 싸게 산다고 할 수 없고 가격 협상력 역시 시황에 따라 간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급사별로 보통 2백에서 3백톤 규모로 나눠 사기 때문에 매수자 우위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정 공급사에 얽매이기보다 위험 분사 차원에서 여려 공급사로 개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견해입니다.

이에 KDI는 재통합보다 오히려 한전과 발전 자회사의 지분 관계를 정리해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입니다.

<인터뷰> 이수일 KDI 연구위원
“화력발전 5사는 한전으로부터 소유 분리가 바람직하다. 화력 5사의 독립공기업 전환이 대안으로 한전의 유상감자나 재합병 후 인적 분할을 실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도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전에서 판매 부문을 분리하고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이자는 계획입니다. 이 경우 화력 발전 5사를 포함해 SKT와 KT 등 통신사업자도 지능형 전력망, 스미트그리드와 연계한 새로운 전력 판매 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질문4> 논란 끝에 전력 산업 구조 개편에 대한 결론이 나왔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됩니까?

<답변4> 네, 앞서 전해드린데로 정부는 KDI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오후 2시부터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습니다. 또 다음주부터는 한전과 화력발전 5개사 그리고 한수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전력산업 구조 개편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으로 조만간 결론을 내고 하반기 정기 국회 전에 마무리 지을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발전 재통합 논란의 지켜보면서 동화 욕심 많은 개가 생각났습니다. 고리를 물고 있던 개가 물가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그쪽 고기가 더 커 보이는 겁니다 결국 그것을 빼앗으려다 물고 있던 고기마저 물에 빠뜨리는데요. 한국전력 역시 재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우려다 오히려 발전 자회사 지분 정리와 판매 부문 경쟁만 허용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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