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승인에 거부권 행사를 경고하며 강하게 반대해 온 이탈리아가 협정 발효를 늦추는 것을 조건으로 협정을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駐) EU 이탈리아 대표부의 페르디난도 넬리 페로치 대사는 한-EU FTA가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한-EU FTA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현재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사회 순번 의장국을 맡은 벨기에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머지 26개 회원국 모두로부터 "반대의사를 좀 누그러뜨리라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넬리 페로치 대사는 이탈리아가 한-EU FTA의 발효(잠정발효 지칭)를 장기간 연기하는 조건으로 협정 승인 반대의사를 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회원국들은 협정 발효를 늦추자는 이탈리아의 제안을 검토 중이지만, 설사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더라도 오랫동안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넬리 페로치 대사도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7개 EU 회원국은 특별이사회를 하루 앞둔 9일 대사급 상주대표회의(COREPER)를 열어 막판 협상을 벌였으며 이탈리아가 제시한 조건의 수용 여부에 따라 10일 통상장관회의에서 한-EU FTA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