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ㆍ역플라자ㆍ신플라자 합의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입력 2010-10-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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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계기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985년에 합의됐던 플라자 체제가 다시 와야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플라자 체제가 재도래한다면 위안화에 대한 달러 약세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난 10년간 달러강세를 배경으로 형성됐던 국제금융시장과 세계경제질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플라자 합의=1985년 G5 국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엔화와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기로 한 결정이다.

1980년대 전반 세계경제는 ''강한 달러'' 정책을 기반으로 한 레이건 정부 시절, 미 경상수지적자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간의 국제수지 불균형이 심화됐는데, 특히 미ㆍ일간 무역불균형이 큰 문제였다.

당시 세계 각국들은 국제수지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무역장벽과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로 해결할 움직임을 보였다.

1930년대 경험으로 비춰보아 이와 같은 경제이기주의 행동은 또 다시 세계경제를 대공황으로 몰아넣게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국제수지 불균형 해소와 세계경제를 안정시키려면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3년간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약 30% 정도 낮았다.

▲역플라자 합의=1995년 4월 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 80엔이 무너지자 다음달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 G7 국가가 달러가치 부양을 목적으로 한 묵시적 합의다.

1994년 12월 멕시코 정권이 바뀌면서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자 달러 가치도 하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환투기 심리가 일었고, 1995년 4월에는 엔-달러 환율이 79.8엔까지 떨어졌다.

결국 세계 중심통화인 달러화의 가치 폭락은 세계경제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인위적인 달러가치 부양이 이뤄졌고, 그 후 달러화 가치는 크게 상승해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안정에 기여했다.

▲신플라자 합의=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달러고를 시정하고자 선진국들이 인위적으로 달러화 매도에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1985년에 미-일간 무역수지 불규현을 해고하고자 엔고를 유도했던 플라자 합의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는 엔화에 대한 달러 약세인데 반해 신플라자 합의는 위안화에 대한 달러 약세를 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3년이 되는 시점에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간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가 또 다른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80년대와 다른 점이라면,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와 중국 간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신플라자 체제가 도래할지의 여부는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능성이 적지만 1985년과 같이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합의해 플라자 체제가 다시 올 경우 위안화에 대한 달러약세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위안화 절상이 본격화될 경우 원화 가치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자승법 등으로 위안화와 원화간 동조화 계수를 구하면 0.57로 추정된다.

이 계수는 위안화 가치가 1% 절상되면 원화 가치는 0.57% 오른다는 뜻으로, 경쟁국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여 수출과 경기에 미칠 충격이 우려된다.

그러나 통계기법상 요인 분석으로 우리 수출의 가격(환율)효과와 소득(세계경기)효과로 나눠보면 후자가 약 70%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온다.

세계경기가 계속적으로 회복되는 추세라면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오를지라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수출 구조다.

오히려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의 제품간 수출경합지수(ESI)가 가장 높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수출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 제품의 경쟁력 개선효과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대중국 직접수출은 위안화 절상시 예상되는 중국 수출과 경기둔화에 따른 감소요인을 내수확대에 따른 확대요인으로 어느 정도 상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국내 증시 입장에서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오를 경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피셔 이론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오르면 외국인들에게는 그만큼 환차익이 추가적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가장 우려해야 할 점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부담을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소비의 전시효과로 외국기업들에게 높아지는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현지금융 금리상승, 토지사용권 환수움직임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한국 기업들이 4중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계상황에 달한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은 서비스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이른바 ''화전민(火田民)식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국제 미아(迷兒)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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