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활용도 매우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국민, 신한, 외환, 우리, 하나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리스크 담당 부서를 인터뷰한 내용을 30일 ''국내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활용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 소개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예외적이지만 가능한'' 사건, 예컨대 전쟁이나 안보상 위기, 부동산 가격 급등락, 부도율 또는 연체율 급상승 등으로 금융회사나 금융 시스템이 받는 영향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감독 당국은 ''위기상황 분석 모범규준''을 은행과 보험 등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시켜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비상시 대응 방안을 세우도록 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자체적으로 거시경제 모형을 활용해 주요 변수를 추정하고 시나리오를 만드는 본격적인 테스트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뷰 응답자들은 전문 인력과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경제 상황의 변화를 제때 반영해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답했다.
다만 금리 등 시장의 개별 지표가 달라질 경우를 계산하는 단순 테스트만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러한 테스트 결과조차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담당자들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예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데다 "경영진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해 활용이 매우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때 전통적인 위기관리 수단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스트레스 테스트가 위기를 예방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한국은행이나 감독 당국은 자체 분석정보를 은행과 공유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활용도를 중심으로 은행을 평가해 위기관리를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