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기름값 인하 기정사실..문제는 인하폭"

입력 2011-01-14 14:34   수정 2011-01-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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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 발언 뒤 14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관련 부처가 "기름값을 잡아보겠다"며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면서 정유사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유사들의 고민은 기름값을 내리느냐 여부가 아니라 얼마를 내려야 고유가로 ''성난'' 정부와 여론을 달랠 수 있는 지다.

정유사들은 13일 오전 이 대통령이 발언하고 나서 즉시 석유 제품가격을 내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가격 구조를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소나기는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기름값이 지목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석유제품의 가격구조를 볼 때 가격이 내리려면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지 않는 한 정유사와 주유소가 자신의 이윤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국 1만2천여개 주유소 중 정유사가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직영 주유소는 13% 정도고 나머지는 개인사업자여서 정부의 압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탓에 결국 공은 정유사로 넘어오게 됐다.

이런 방침을 정했지만 정유사는 인하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보통 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이 ℓ당 1천800원을 넘는 상황에서 수십원을 내려봐야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격 구조로는 ℓ당 수백원을 내리는 것은 손해 보고 팔라는 얘기밖에 안된다"며 "10원만 내려도 정유사엔 부담이 큰데 문제는 수십원을 내린다고 해서 소비자가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내려도 개인사업자가 대다수인 주유소에서 인하분을 그대로 반영할지도 미지수다.

주유소협회중앙회 관계자는 "주유소 역시 세금을 제하면 ℓ당 소득이 100원이 채 되지 않는 데 더 내릴 여지가 없고 몇십원 내려봐야 소비자에겐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처럼 국제 석유제품과 원유 가격이 강세가 유지된다면 기름값을 반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한 수십원 정도 내려도 바로 가격이 회복돼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라고 정유업계는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의 이해당사자인 정유사, 주유소, 정부가 조금씩 부담을 나눠야 한다"며 "환율이 내려가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정부가 2008년처럼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내리고 정유사도 양보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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