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국가상징가로 제대로 만들어 보자

입력 2011-01-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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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명지대 건축대학 명예학장


국가경영과 국토건설은 병행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토건국가를 경계하는 이유는 국토건설이 비효율적이어서 국가재정 낭비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나 인천공항, 부산신항처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만든 국가인프라건설은 바람직한 국가사업이었지만 4대강 사업, 인천대교, 한강르네상스, 도시마다 판을 벌린 엑스포와 도시축전 등은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며 예산낭비와 자연파괴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최근 기사를 보니 정부가 ‘국가상징가로’라는 이름으로 광화문 네거리부터 숭례문까지의 도시개조 계획안을 내놓았고 현상설계를 통해 구체안을 모집하겠다고 한다.

정부에서 계획하는 ‘국가상징가로’의 서측은 삼성 건물군이 점령하고 있고 동측은 부동산업자들의 임대빌딩들만이 들어서 있고 남대문은 자동차 도로로 둘러싸여 시민공간과 차단된, ‘국가상징가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곳이다.

‘국가상징가로’가 되기 위해서는 필자가 1994년 정도 600년, 2000년 베니스비엔날레, 2005년 중앙일보에 다섯차례에 걸쳐 발표한 궁성의 정문인 광화문과 도성의 정문의 숭례문과 수도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이 연결되는 ‘국가상징가로’전체를 전제로 하여야 한다.

서울광장과 숭례문 사이는 도성의 가장 중요한 가로의 남측이고 세계 최고의 차이나타운이 있던 곳이다. 청나라에 의해 세워져 우리가 중국문명을 받아들이고 실학의 본거지로 삼았던 곳이 바로 이 차이나타운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차이나타운을 강탈하다시피 하여 내보냈다. 이제 우리는 중국과의 화해와 협력, 소통과 융합을 이루어야 세계경쟁의 선두에 나설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차이나타운을 건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숭례문 일대는 고종이 중국의 영향을 떨치고 일어서 한반도의 수도를 계획할때 원구단을 짓고 덕수궁, 숭례문을 축으로 서울역을 통해 전국으로 이어지는 도성의 중심으로 삼으려던 곳으로 대한제국의 꿈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대한제국이 처음으로 500년 역사도시 서울의 구조개혁을 시도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 두가지 역사적 사실을 살려야 ‘국가상징가로’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첫째, 숭례문 일대의 건물들은 이미 부동산업자들에 의해 점거되어 있으나 임대료가 높은 1층과 2층을 지나 지상과 3층을 연결하고 공중가로를 만들면 일반층과 임대료가 같은 3층의 부가가치를 두배 이상 올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도로에서 3층 공중가로로 진입하여 모든 빌딩의 3층 공간을 차이나타운으로 만들면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다. 중국, 한국, 일본의 천재들이 경쟁·협력케 하면 실리콘벨리를 앞설 수 있다. 숭례문과 상공회의소를 지나 삼성 건물군 일부까지를 차이나타운으로 만든다면 사람들은 공중가로를 타고 시청과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광화문광장을 지나 경복궁에 닿을 수 있고 삼성 건물군을 지나 지금은 사라진 서소문까지 갈 수 있다. 3층을 공중가로와 차이나타운으로 내주는 대신 건물주에게 한층을 덧지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준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지배하는 두 초강대국이 되어있다. 차이나타운에 중국의 젊은이들이 들어와 한국, 일본의 젊은이들과 함께 21세기 소프트인더스트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차이나타운을 계획하고 있지만 수도 서울 한복판이라야 경쟁력이 있다. 한국의 심장부를 내놓고 그들이 오도록 해야 한다. 장쩌민 주석이 중국의 미래를 이끌고 갈 곳이라고 선언했던 중관춘이 바로 이런 곳이었다. 한국 최고의 엘리트들과 중관춘 최고의 엘리트들이 ‘국가상징가로’에서 만나 실리콘밸리를 압도하는 동양의 파워를 보일 수 있다.

둘째, 대한제국이 덕수궁 주변에 해외공관을 결집시키고 남대문로와 을지로, 서소문로,소공로를 중심으로 방사형 도시를 계획할 때 덕수궁을 중심으로 하여 을지로와 숭례문 을 두 축으로 삼았다. 이 축을 살려야 한다. 덕수궁을 개방하여 시청과 서울광장과 덕수궁이 하나가 되게 한다면 세계적인 도시광장을 만들 수 있다. 을지로를 통해 동대문과 연결되고 숭례문을 지나 서울역에 닿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덕수궁을 중심으로 한 방사형 도시 서울을 만들려고 했던 대한제국의 꿈을 실현하는 길이다. 차이나타운과 방사형 도시의 꿈, 이 두가지가 ‘국가상징가로’의 주요 콘텐츠가 되는 것이 실사구시의 참다운 길이다.

서울은 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으로 이루어진 풍수형국의 도시로 동서를 잇는 청계천의 수변축과 남북을 잇는 녹지축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상징가로’가 되려면 대한민국의 정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서울 도성의 정문인 숭례문을 잇는 녹지축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광화문에서 뽑아버린 60년 된 은행나무들이 아직 근처에 있다. 60년 된 60그루의 나무라면 숭례문에서 시청까지를 녹지로 채울 수 있고 남산과 북한산을 연결할 수 있다.

결국 ‘국가상징가로’는 궁성의 정문과 도성의 정문, 천만도시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을 연결하고 세계인의 광장이 되게 해야 뜻이 있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국가상징가로 등으로 서울의 기본축을 토막내어서는 안된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서울의 상징가로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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