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길 기자의 X파일] 공인중개사는 폭력 사기 투기 세력?

입력 2011-02-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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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는 각종 부동산 거래를 돕는 부동산 전문가로 국가 공인 전문 자격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부동산 전문가라는 명칭과는 별도로 부동산 사기와 투기 조장 세력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양한 부동산 거래 사고와 투기에 공인중개사들이 연루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와 각종 거래 사고 등을 막기 위해서는 자격사 모임인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협회에서 부동산사무실 개업전 또 그 이후 다양한 전문 교육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혹 일어난 거래사고에 대해서는 변제하고 재발을 막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에게 인식된 부정적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할 일 많은 협회에서 이러한 본연의 업무는 제쳐두고 최근 회장 자리를 놓고 수차례 난투극을 벌여 사기, 투기 이미지에 폭력집단 이미지까지 스스로 더한 꼴이 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두 개로 양분되어 있던 중개사단체가 지난 2007년 10월 통합되면서 출범한 국내 유일 중개사 전국 통합기구다. 통합 당시에도 극한 갈등으로 오랜 산고 끝에 기적같이 탄생했다.

통합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국 8만5천여 공인중개사를 회원으로 보유한 전문자격사 단체로 중앙회, 서울 25개 직할지회, 전국 16개 시·도 지부 및 하부조직을 갖고 있는 큰 조직이다.

그런데 회원 직선제를 통해 초대 통합 회장으로 취임한 이종열씨가 지난해 10월 학력위조로 당선무효가 확정되어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또다시 협회내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긴급이사회에서 부회장이던 홍사권씨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해 협회운영을 맡겼는데, 반대파가 홍 대행을 불신임하고 우도찬 임시회장을 다시 뽑았기 때문이다.

갈등의 핵심은 홍 대행은 당선무효로 회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장선출 규정대로 직선제로 재선거를 해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한다고 보는 반면, 반대파는 공석이된 회장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이기 때문에 정관 규정대로 대의원총회를 통해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협회에서 처음 겪는 일인데 정확한 관련 규정이 없어 견해차를 보인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자신이 또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사람이 회장이 되기에 유리한 방식을 택하고 싶은 속내가 작용했다.

반대파는 계속 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총회 소집 권한이 있는 홍 대행은 응하지 않았다. 이에 반대파는 견해를 같이하는 협회 감사의 소집을 통해 대의원총회를 협회가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올해 1월11일 열어 홍 대행을 불신임하고 우도찬 임시회장을 선출했다.

이후 반대파는 협회 사무실에 들어가려 했으나 홍 대행측이 규정에 없는 집행부 구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저지했다. 결국 반대파는 당일(11일) 오후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 무단으로 사무실을 점거한 뒤 다음날부터 홍 대행측의 출근을 저지했다.

이에 이틀이 지난 13일 홍 대행측 역시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 협회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반대파의 완강한 저지로 진입이 무산됐다. (대부분 TV뉴스에서 방송된 양측의 폭력대결 장면은 13일 촬영된 화면들이다.)

이후 홍 대행측은 법적 소송에 들어가 법원으로부터 1월11일 반대파가 개최한 대의원총회는 효력이 없고 1월24일 개최하려는 임시대의원총회도 개최를 금지한다는 판결문을 받았다.(대의원총회의결효력정지등가처분/임시대의원총회개최금지가처분)

결국 홍 대행측이 법원으로부터 협회운영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때부터 양측 갈등으로 임금 체불 등 고통을 받으며 갈피를 잡지 못하던 협회 직원들도 홍 대행 체제 지지로 돌아서는 분기점이 됐다.

이에 홍 대행은 법원 판단에 따라 협회 출근을 시도했으나 반대파 저지를 당했고 급기야 설연휴 마지막날 저녁인 2월6일 밤 사다리차를 동원한 고공 기습작전?을 감행해 설연휴에도 협회를 점거하고 있던 반대파를 퇴거시키는데 성공하게 된다.

홍 대행측은 결국 법원판결문을 통한 정당성과 전술작전의 우위로 협회 사무실 재진입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상처가 큰 승리다.



먼저 사무실을 무단 점거한 반대파에게 원초적인 문제가 있지만 역시 물리적인 방법으로 사무실을 다시 접수한 홍 대행측도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반대파는 법적 소송은 오래걸리기 때문에 무단으로 사무실을 접수했다고 설명했고 홍 대행은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반대파가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아 협회업무가 마비되어 부득이하게 물리적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저간의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참으로 궁색한 설명들이다. 시간이 걸리고 상대가 말로는 설득이 되지 않아 폭력을 쓴다면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과 모든 단체간의 극한 갈등으로 얼마가지 않아 망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고 많은 문제와 갈등속에서도 발전하고 있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민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때로는 억울하고 때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하고 토론하며 법과 규정을 지키고 혹 극한 견해차가 있더라도 법원 판단에 따라 결과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모두 폭력갈등전에 언론에 문제를 호소하지도 않았다. 정부 행정력도 법원판결도 따르기가 그렇다면 제3의 길인 언론을 통한 국민판단도 있었다.

그러나 양측은 모두 자체적인 물리적 해결방법을 택했다.
바로 이 부분이 이권다툼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떳떳하지 못한 이권다툼에 늘 폭력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또 합법적인 절차는 생략된다.

협회 예산과 회장 자리, 인사권에 대한 이권다툼이 아니라 정당성과 명분에 자신이 있다면 법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고 시간이 급하다면 언론을 통한 국민검증이 답이 될 수도 있었다.

해당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관악경찰서와 협회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폭력갈등 이전에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폭력 예방에 소홀했던 관악경찰서도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국토부 역시 갈등 중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월세난속에 각종 거래 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이다. 이 와중에 관련 협회는 자중지란이고 국토부는 손을 놓고 있다. 서민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가?

이제 중개사협회 갈등은 언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속에 국민의 문제가 됐다. 더 이상의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
협회는 회원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 망정 선량하게 일하는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을 더 이상 욕되게 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식과 법을 통한 해결을 촉구한다. 그것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인중개사에게 덧칠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씩이라도 씻을 수 있는 방법이다.

by 유은길 기자(twitter.com/silverroad)

*참고기사: [집중취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난투극의 진실(2011.2.10.한국경제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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