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는 물가와 가계 빚 급증에도 해외여행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 1월 우리나라 국민이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무역세분류통계에 따르면 1월 여행지급은 20억달러로 2008년 7월22억4천만달러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여행지급은 국내 여행자가 해외에 나가서 쓴 돈을 뜻한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여행지급은 같은 해 11월 7억7천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6.5% 급감했으나 다음해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2010년 7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해외여행객 수도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통계를 보면 1월 전체 국민 해외여행객수는 126만8천7명으로 집계됐다.
2008년 1월 132만2천909명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설 연휴가 최장 9일에 이르면서 1월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2010년 연간 해외여행객 수는 1천248만8천명으로 전년 949만4천명보다31.5% 늘어 해외여행 증가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 아닌 추세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또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빠져나간 내국인 수가 역대 2월 사상 최대인 것으로 추정해 올해 해외여행객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가계부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도 해외여행 수요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가계부채를 많이 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리비아 정정불안 등으로 환율에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안정됐고, 사람들이 여윳돈이있어도 예전처럼 저축을 하지 않는 소비행태 변화도 한몫했다.
한은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우리나라 부채보유 가구 중 1분위 계층(소득이 전체의 하위 20%에 해당)의 부채 보유 비중은 28.8%이지만 5분위 계층의 경우 75.3%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저축률(가계액/가처분소득)은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의 평균인 6.1%에 크게 못 미쳤다.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 노충식 팀장은 "소득계층별 여행지급 통계를 별도로 내지는 않지만, 정황상 부채가 있더라도 경제적 여력이 큰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최근 환율이 하향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