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전개...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선택할까?

입력 2011-03-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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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환율전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환율제재법이 미국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무역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각국 간 통화마찰 소지는 항상 존재하지만 올들어 환율전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고 있는 것은 연방공개시장회의(FOMC)다. 이 회의를 계기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정책은 의외로 강하게 추진할 뜻을 비췄고 시장금리도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위기 이후 각국 간 환율은 금리차가 가장 큰 결정요인이다. 이 때문에 FRB의 양적완화정책 재추진 이후 달러약세 현상이 뚜렷하다. 다른 가격변수와 달리 환율은 상대가격인 만큼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앉아서 자국통화가 강세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때 각국의 반응시기와 강도는 해당국의 경기여건과 수출의존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이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던 것도 이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중국의 국채매입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가 미국의 달러 약세정책과 대지진 사태로 초강세를 보이자 일본 정부가 서방선진 7개국의 공조개입과 관계없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많은 불씨와 부작용을 안고 선택한 시장개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환율전쟁의 미래와 관련하여 중요한 이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개입했지만 의도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선택은 두 갈래다. 추가 개입이냐 아니면 고개를 숙일 것이냐이다.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번 대지진 사태로 엔고 저지를 위해 추가 개입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환율전쟁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미국의 달러 약세책과 전격적으로 통과된 환율제재법에 반발과 수용 등 양면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주로 중국을 겨냥한 환율제재법이 통과한 마당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로 맞대응해 양국간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은 더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상을 놓고 벌이는 마찰이 주도권 싸움과 맞물려 있는 만큼 언제든지 정면대응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적극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약세는 대외정책의 최우선목표인 ''팍스 시니카'' 구상에도 맞지 않고 부동산 등 과열경기를 진정시키는 데에도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브라질 등 주변국과의 공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09년 3월에 열렸던 브릭스 정상회담에서는 금융위기로 달러가 약세가 될 경우에 대비해 공동통화 구상에 합의한바 있다. 이 구상에 브릭스 4개국 중 중국과 브라질이 앞장섰다. 이번에도 달러 약세에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올려 잡아 고시하자 곧바로 신흥국 가운데 브라질이 가장 먼저 시장개입에 나선 것도 당시 합의내용에 근거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의 고민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재정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속에 한때 1.2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유로화 가치가 최근에는 1.40달러 위로 올라갔다. 경기회복과 같은 내부적인 요인에 기인하면 반가운 일이지만 주로 미국의 달러 약세책과 일본의 시장개입 등에 따른 반사적인 현상이라 유럽이 고민하는 이유다.

단일통화인 유로화는 시장개입이라는 방어수단을 쉽게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아 있는 위기극복을 위해 협조와 공존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평가절하''라는 이기주의 행동으로 간다면 유럽도 유로화 약세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환율전쟁의 가장 큰 변수이자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하나의 세계(one world)''라고 명명될 만큼 글로벌화가 진전된 시대에서 인위적인 평가절하는 가장 경계해야 할 정책수단이다. 벌써부터 신보호주의 물결이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평가절하책은 경쟁국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는 근린궁핍화 정책이자 네거티브 게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전쟁은 위기 이후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거나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정책적으로 환율의 하락속도와 변동폭을 완화시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경제주체들은 ''리스크 데믹'' 현상만 경계하면 커다란 충격없이 지나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외국자금과 관련해서는 갈수록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은 ''서든 스톱'' 문제를 대비할 필요는 있다. 서든 스톱이란 예상하지 않은 외국자본 유입중단과 뒤이은 대규모 유출현상이다. 특히 최근처럼 국제간 자금흐름이 각종 캐리 트레이드 자금에 의해 주도가 되는 상황에서는 한국 등 신흥국들의 주가와 경기 향방, 그리고 개인별 재테크 성적은 서든 스톱 발생 여부와 이에 대한 대응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3년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대규모 청산으로 신흥국 증시와 경기에 커다란 충격을 줬던 캐리 트레이드가 2009년 3월부터 신흥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신흥국 가운데 경제여건이 건실하고 환율전쟁의 주변국이면서 외자관련 정책변경이 잦지 않은 우리나라로 집중 유입됐다.

이번에는 달러캐리 자금을 중심으로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고 있는 것이 1990년대와 다른 점이다. 통화별 트레이드 유인을 나타내는 지표(CTR 비율, 통화간 금리차익÷환율변동위험)을 보면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유리한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런던금융시장에서 달러-리보금리가 가장 낮은 데다 달러 약세가 지속돼 오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캐리 자금이 종전의 엔캐리 자금과 구별되는 것은 그 규모부터 크다는 점이다. 각국 외환보유에서 여전히 65%에 달할 정도로 중심통화인 데다 ‘빅 스텝’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정책으로 달러 유동성이 많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달러캐리자금의 유출입시 유입국의 자산거품과 붕괴 폭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올들어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테드(TED, 달러리보금리-미국 국채 금리) 스프레드, 빅스(VIX) 지수 등 각종 위험을 나타나는 지표는 다시 악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신흥국들의 금리인상과 기대로 상당기간 ‘제로’ 금리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금리차는 더 벌어져 달러캐리자금의 청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앞으로 달러캐리 자금의 본격적인 청산은 유입국보다 주로 미국측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내놓는 전망을 보면 당분간 미국보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기가 더 좋게 예상된다. 또 미국측 요인이라도 경기가 재둔화되지 않는다면 미국금리가 인상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일 시기를 전후로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지만 경기만 받쳐준다면 금융시장이 위기로 빠질 가능성은 적다.

현 시점에서 우리 외환당국이 환율전쟁 대응차원에서 원화 환율의 움직임을 돌려놓는 역행적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한 외국자금의 서든 스톱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외국자금이 유입되면 될수록 주가 저평가 정도와 환차익 소지가 감소돼 유입규모가 줄어들고 이미 고수익을 얻는 스마트성 외국자금들은 차익을 실현해 선도적으로 이탈될 소지도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예적금, 여전히 부진한 부동산 시장, 거품우려가 제기되는 금과 채권값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주식투자는 여전히 유망해 보인다. 이 때문에 비관론을 고집했던 사람들까지 뒤늦게 가담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낙관론이 불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주식투자는 기대수준을 낮추고 외국자금이 이탈될 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익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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