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의 재편 방안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통폐합과 역할조정 등 정책금융기관의 재편 방안을 두고 기초적인 단계에서 실무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도 "정책금융기관 재편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등 다른 부처 실무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정책금융기관이 여러 곳으로 찢어져 중첩되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서도 역할 재편이 필요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합하거나 중복되는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도 실패 사례라는 점에서 기능 재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이 문제가 부처 간, 기관 간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다른 현안이 산적해 있어 좀 더 시간을 두고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 재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지만, 단기간에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벌써 이 문제를 두고 이해관계가 걸린 기관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무역금융 분야의 업무 중복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수출입은행 측은 "해외 발주처가 우리나라의 수출금융을 이용할 때 수출입은행의 보증만으로도 충분한데 보험까지 추가돼 업무중복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해외 발주처가 이들 두 기관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융자하면 우리나라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수출입은행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무역보험공사 측은 "발주처가 대출을 못 갚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야 하지만, 수출입은행 혼자만으로는 버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도 무역보험이라는 `안전망''이 없으면 선뜻 대출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두 기관이 모두 필요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