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으로의 돈 쏠림현상과 ‘국제 금값 폭락설’

입력 2011-05-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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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채 3년이 되지 않는 시점에 또다시 차기 위기가 어디서 발생한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최근 들어 신흥국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책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작년부터 신흥국들은 비교적 강도 있는 통화긴축을 펴온 데다 지난달 들어서는 유럽까지 가세해 외형상으로는 줄어드는 듯한 분위기다. 대부분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최대현안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금리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은 상당기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위기과정에서 퇴장되고 단기 부동화됐던 유동성이 시중에 방출되고 있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도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던 레버리비 비율도 일부 ‘고위험-고수익’을 추가는 헤지펀드의 경우 10배 내외로 높아졌다.

올 들어 유럽재정위기, 일본 대지진,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등 선진국에서 잇달아 악재들이 터져 나오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빠르게 신흥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작년 신흥국으로 유입된 글로벌 유동성은 약 1조 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차기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이미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장 구성원과 금융상품, 금융감독 등에서 발생하게 될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화제가 됐던 ‘JP모건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탐욕과 공포의 줄 달리기에서 탐욕이 승리할 때 또 다른 버블이 형성되고, 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시장은 위기를 맞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다음 금융위기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민스키 모델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도를 넘어 탐욕수준으로 변질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변하면서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돼 결국은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대표적으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1997년 10월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10월 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 등과 같은 10년 주기설을 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금융위기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JP모건은 지금까지 금융위기의 시장별 발생 패턴을 종합해 볼 때 차기 금융위기는 신흥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흥국에서 발생했던 마지막 위기는 199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로 10년이 넘으면서 신흥국은 공포의 기억이 잊혀져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범위를 좁혀 신흥국의 자산과 상품시장을 놓고 본다면 자산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별로는 거품징후가 있긴 하지만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PER(기업수익대비 주가비율) 등으로 볼 때 전체적인 신흥국의 부동산값과 주가는 적정수준보다 밑돌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많이 부문이 보완된 상태다.

이런 면에서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금을 비롯한 각종 상품가격이 더 위험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도 차가 있긴 하지만 상품시장은 각 섹터별로 가격상승이 빠른 ‘수퍼 스파이크’, 가격상승국면이 오래 지속되는 ‘수퍼 사이클’, 모든 상품값이 오르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되고 있다. 거품 형성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금값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월가에서는 오랜만에 ‘인디애나 존스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인디애나 존스는 부자가 될 일념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금을 발견하면 그 순간부터 마음이 돌변해 혼자 독차지할 탐욕을 꿈꾸다보면 정작 부자가 되지 못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골자다.

짧게는 미국의 금리가 언제 인상되느냐가 향후 금값 뿐만 아니라 차기 금융위기 발생 여부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회복될 경우 그 자체가 금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서 달러캐리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올 경우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금융사들이 ‘스위트 스폿’으로 금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재테크 관점에서 ‘스위트 스폿’이란 최고의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를 의미한다. 오히려 금값은 금시장 자체요인보다 달러가치, 시장참여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돼 예측하기 어렵다.

''인디애나 위기설’이 주는 교훈대로 금값이 치민다 하더라도 실제로 투자할 때에는 위험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차기 위기후보지로 지목된 재테크 분야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폭락국면에도 대비가 가능해 재산을 보유할 수 있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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