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이런 상황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경제성장 기여도는 6분기 만에 순수출이 내수를 앞질렀다.
수출이 늘어나 무역의존도가 높아지면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내수가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경제가 그만큼 대외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갖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87.9%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무역의존도는 재화 수출액과 수입액의 합계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을수록 국민경제에서 내수보다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무역의존도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0%대에 머물렀지만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52.8%로 50%를 넘어서고 1998년에는 63.0%로 올라섰다.
2000년대 들어 50%대~60%대에서 맴돌다 2007년 69.4%로 70%에 근접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국제유가와 환율이 큰 폭으로 동반상승하는 바람에 수입액이 크게 늘어 역대 최고치인 92.1%까지 올랐다.
유가와 환율이 안정 국면을 찾으면서 2009년 82.4%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으나 지난해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입 급증으로 인해 다시 90%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랐다.
2008년 이후 3년 연속 무역의존도가 80%를 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세계경기가 호황일 때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지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크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위험 노출 정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이 2009년 기준으로 2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벨기에(214.0%) 네덜란드(143.2%) 아일랜드(109.0%) 룩셈부르크(98.0%) 등에 이어 7번째로 무역의존도가 높았다.
수출 급증에서 비롯된 무역의존도 고공행진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외견상 긍정적이다.
그러나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수출만 늘어날 경우 성장의 혜택을 국민이 누릴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경제규모가 커져도 국민의 생활수준은 그에 비례해 향상되지 못하는 수출과 내수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 지표가 대표적이다.
작년 동기 대비 4.2% 성장률의 항목별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이 3.1%포인트, 내수가 1.1%포인트로 무역에 의한 성장분이 훨씬 크다. 순수출 기여도가 내수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2009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이다.
하지만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보다 0.6%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감소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이 국민의 호주머니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지 않은데다 유가 급등 등에 따라 교역조건이 악화하고 물가까지 큰 폭으로 오른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높은 무역의존도 자체를 문제삼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내수 진작을 위한 기업의 투자활동 진작,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같은 제도적 정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기업이 수출을 통해 돈을 벌었지만 내수 확대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내수가 부진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고용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푸는 것도 내수 진작에 필요한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수 확대를 위해선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절실하다"며 "그러나 정부가 각종 진입장벽을 낮추고 규제를 없애려 해도 이익단체의 반대가 심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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