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마켓 시시각각(4) .. 그리스 사태는 미국식 디폴트가 아닌 일본식 장기전으로 간다.
유럽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시장에는 EFSF(유럽재정안정기금), ESM (유럽안정메카니즘), Grand Plan 등 다양한 용어들이 나돌고 있다. 이 중 새롭게 떠오르고 잇는 단어인 “EMF”는 유럽통화기금의 약자로서 유럽재정이 하나의 강력한 또는 독자적인 통제권에 놓이게 되는 단계(=유럽판 IMF라고도 불림)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지금처럼 그리스 등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각국마다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던가, 돌아가서 각국 의회를 설득해야만 자금을 지원하게 되는 복잡한 단계가 아닌, IMF처럼 하나의 단일체에서 일사분란하게 정책(일종의 짜르 개념)을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부실을 털 것은 털고 구조조정을 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원래 EMF는 EFSF+ESM으로 논의되다가, 최근에는 Grand Plan이라는 것이 나오면서 EFSF를 아예 2조 유로로 증액해서 향후 EMF로 가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EFSF 최대 지분출자 국가이며, 유로존내 경제 1위국인 독일이 2013년 “EMF”가 도입되고 난 다음에야 그리스에 대한 선택적 디폴트를 용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거꾸로 말하면, IMF처럼 독자적 통합기금이 유럽 내에 존재(2013년 예정)하기 이전까지는 선택적 디폴트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일부 시장참여자들은 차라리 그리스를 디폴트 시키는 것이 낫다고 말하지만, 이런 생각은 향후 발생가능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데 다른 비현실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필자가 자주 언급하지만, 그리스만 디폴트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만약 디폴트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포르투갈 및 이탈리아로 전염되는 것은 순식간이고, 독일과 프랑스의 금융회사까지도 2차 충격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D(디폴트 또는 도미노)”의 공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그리스 대한 선택적 디폴트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는 그리스를 디폴트시킬 경우 재정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금융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일종의 “방화벽”을 구축할 수 있을 지 여부와 둘째는 유럽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및 지급보증 여부이다. 방화벽 문제는 유로권내 3~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디폴트에 빠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그리스를 선택적 디폴트가 아닌 순서화된(Orderly) 채무탕감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주된 안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먼사태에서도 경험했듯이, 특정 국가나 금융기관의 파산은 또 다른 국가나 금융기관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가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미국도 부시가 레임덕에 걸려서 리먼을 파산시키지만 않았어도 경제가 그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음으로 헤어컷은 말 그대로 머리카락을 자르듯이 부실을 20→40→60씩 조금씩 쳐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단계적인 부실처리를 통해 금융회사들은 필요한 자금부족분 또는 충당금을 수년간에 걸쳐 처리하게 되고, 이러한 처리과정이 끝난 다음에야 하나씩 디폴트 또는 가지치기를 통해 부실기업을 정리하게 된다. 가까운 예는 국내 건설업체에서 발생한 PF부실에 대해 은행권이 부실과 충당금을 처리해 온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헤어컷의 목표는 PIGS 부실에 노출된 은행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면서 순차적으로 자금조달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헤어컷은 수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위기가 기회를 만들듯이 EFSF에 대한 2조 유로규모의 자금확충이 성공할 경우, 유럽권에서 목표로 하는 재정동맹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확대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대출 확대가 시행 중이며, 향후 유로본드 발행 또는 유럽통화기금(EMF)이 설립된다면, 느슨한 형태의 통화동맹이 아닌 재정동맹이라는 강화된 통합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주식시장은 리먼의 공포심리가 디폴트 수준의 주가를 만들었지만, 실제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과잉반응에 따른 되돌림 및 하반기 경기 및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발판으로 우상향의 방향을 보일 전망이다.
사실 학습효과란 것은 참으로 무섭다. 불과 3년전 금융회사 파산과 이로 인한 도미노 위기에 노출되었던 금융시장이 또다시 3년전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급락세를 보였다. 리먼 당시에도 1단계(신용경색 심화)에서는 PER밴드 하단 붕괴 → 2단계(리먼 파산)는 PBR 1배 붕괴 → 3단계에서는 PBR의 디스카운트가 나타났는데, 9월말 한국증시도 일시적으로 PBR 1배에 근접하는 등 2단계와 3단계 사이를 경험한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연말 자금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감은 존재하지만,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는 1단계로 생각된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극도의 불안감으로 인한 과매도 구간을 이미 통과한 것으로 판단하며, 3/4분기 성장률 회복 및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4/4분기에 진입하면서 점진적인 우상향의 방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현철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5940 target=_blank>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유럽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시장에는 EFSF(유럽재정안정기금), ESM (유럽안정메카니즘), Grand Plan 등 다양한 용어들이 나돌고 있다. 이 중 새롭게 떠오르고 잇는 단어인 “EMF”는 유럽통화기금의 약자로서 유럽재정이 하나의 강력한 또는 독자적인 통제권에 놓이게 되는 단계(=유럽판 IMF라고도 불림)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지금처럼 그리스 등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각국마다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던가, 돌아가서 각국 의회를 설득해야만 자금을 지원하게 되는 복잡한 단계가 아닌, IMF처럼 하나의 단일체에서 일사분란하게 정책(일종의 짜르 개념)을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부실을 털 것은 털고 구조조정을 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원래 EMF는 EFSF+ESM으로 논의되다가, 최근에는 Grand Plan이라는 것이 나오면서 EFSF를 아예 2조 유로로 증액해서 향후 EMF로 가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EFSF 최대 지분출자 국가이며, 유로존내 경제 1위국인 독일이 2013년 “EMF”가 도입되고 난 다음에야 그리스에 대한 선택적 디폴트를 용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거꾸로 말하면, IMF처럼 독자적 통합기금이 유럽 내에 존재(2013년 예정)하기 이전까지는 선택적 디폴트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일부 시장참여자들은 차라리 그리스를 디폴트 시키는 것이 낫다고 말하지만, 이런 생각은 향후 발생가능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데 다른 비현실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필자가 자주 언급하지만, 그리스만 디폴트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만약 디폴트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포르투갈 및 이탈리아로 전염되는 것은 순식간이고, 독일과 프랑스의 금융회사까지도 2차 충격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D(디폴트 또는 도미노)”의 공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그리스 대한 선택적 디폴트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는 그리스를 디폴트시킬 경우 재정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금융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일종의 “방화벽”을 구축할 수 있을 지 여부와 둘째는 유럽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및 지급보증 여부이다. 방화벽 문제는 유로권내 3~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디폴트에 빠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그리스를 선택적 디폴트가 아닌 순서화된(Orderly) 채무탕감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주된 안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먼사태에서도 경험했듯이, 특정 국가나 금융기관의 파산은 또 다른 국가나 금융기관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가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미국도 부시가 레임덕에 걸려서 리먼을 파산시키지만 않았어도 경제가 그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음으로 헤어컷은 말 그대로 머리카락을 자르듯이 부실을 20→40→60씩 조금씩 쳐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단계적인 부실처리를 통해 금융회사들은 필요한 자금부족분 또는 충당금을 수년간에 걸쳐 처리하게 되고, 이러한 처리과정이 끝난 다음에야 하나씩 디폴트 또는 가지치기를 통해 부실기업을 정리하게 된다. 가까운 예는 국내 건설업체에서 발생한 PF부실에 대해 은행권이 부실과 충당금을 처리해 온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헤어컷의 목표는 PIGS 부실에 노출된 은행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면서 순차적으로 자금조달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헤어컷은 수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위기가 기회를 만들듯이 EFSF에 대한 2조 유로규모의 자금확충이 성공할 경우, 유럽권에서 목표로 하는 재정동맹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확대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대출 확대가 시행 중이며, 향후 유로본드 발행 또는 유럽통화기금(EMF)이 설립된다면, 느슨한 형태의 통화동맹이 아닌 재정동맹이라는 강화된 통합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주식시장은 리먼의 공포심리가 디폴트 수준의 주가를 만들었지만, 실제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과잉반응에 따른 되돌림 및 하반기 경기 및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발판으로 우상향의 방향을 보일 전망이다.
사실 학습효과란 것은 참으로 무섭다. 불과 3년전 금융회사 파산과 이로 인한 도미노 위기에 노출되었던 금융시장이 또다시 3년전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급락세를 보였다. 리먼 당시에도 1단계(신용경색 심화)에서는 PER밴드 하단 붕괴 → 2단계(리먼 파산)는 PBR 1배 붕괴 → 3단계에서는 PBR의 디스카운트가 나타났는데, 9월말 한국증시도 일시적으로 PBR 1배에 근접하는 등 2단계와 3단계 사이를 경험한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연말 자금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감은 존재하지만,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는 1단계로 생각된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극도의 불안감으로 인한 과매도 구간을 이미 통과한 것으로 판단하며, 3/4분기 성장률 회복 및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4/4분기에 진입하면서 점진적인 우상향의 방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현철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5940 target=_blank>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