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본이동은 신흥국에 이로운가, 해로운가?

입력 2011-10-11 10:18   수정 2011-10-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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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경제해설(5) .. 국제자본이동은 신흥국에 이로운가, 해로운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본자유화의 득실에 대한 찬반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자본자유화의 편익을 강조하는 입장은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에서 자본은 희소하지만 투자수익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자본이 이동함에 따라 신흥국의 투자가 확대되어 생산성 증대와 경제성장에 기여함을 강조한다. 또한 국제자본이동을 통해 일시적 경기침체를 경험하는 국가는 해외차입 등의 방법으로 소비의 평활화(consumption smoothing)를 이룰 수 있으며 경기호황국 또한 해외저축을 통해 소비변동성을 완화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러 실증연구에 의하면 국제자본이동의 경제성장 유발효과나 소비변동성 완화효과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전세계의 GDP 대비 자본이동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하였지만 세계성장률은 3%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이동 자유화의 직접적 편익이 뚜렷하지 않자 낙관론자들은 최근 들어 국제자본이동이 국내금융부문 발전, 거시경제정책의 규율 강화, 지배구조 개선, 경쟁촉진 등을 통해 간접적 혜택(collateral benefit)을 수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국제자본 유입으로 경제제도가 발전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낙관론자들은 신흥국에서 국제자본 유입에도 불구하고 성장제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이들 국가의 경제기초여건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금융통합이 경제성장에 정(+)의 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국내금융부문 발전, 금융제도의 질적 수준, 무역개방, 거시정책의 건전성 등 경제기초여건 측면에서 문턱기준(Threshold)을 충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국제자본이동의 비용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들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에 따른 리스크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거시경제 측면에서 국내신용 증가, 경기과열, 인플레 가속, 실질환율 절상에 따른 국제경쟁력 저하 등의 리스크가 발생한다. 또한 금융시스템 측면에서 금융기관 및 기업 대차대조표의 만기 및 통화 불일치, 자산가격 상승, 자산의 질 저하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취약성 증대 등으로 금융불안 요인이 축적된다. 더욱이 자본의 급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경우 자본유입이 갑자기 중단되고 단기간에 회수됨으로써 외환보유액이 고갈되고 통화가치가 급격히 절하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실제로 최근 IMF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국제자본유입은 국내은행의 민간신용 및 외화대출 증가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급격한 자본유입은 대부분 국내신용의 boom-bust를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 자본유입의 편익과 비용에 대한 최근 경제학계의 논의를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글로벌 위기 이전까지는 자본유입의 편익을 강조하는 낙관론이 대세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자본유입에 수반되는 위험성이 상당히 높으므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IMF가 최근 여러 보고서에서 비록 일정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상황하에서는 자본통제도 하나의 대응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경제학계의 변화를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자유화 일변도의 정책흐름을 탈피하여 최근들어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부활, 외환건전성부담금 부과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방안을 도입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추세는 개방과 규제의 균형을 맞춰가는 적절한 흐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방만능론의 리스크만큼이나 규제만능주의도 위험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경제기초여건의 내실을 강화하는 노력 또한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김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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