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A'에서 탈락한 미국 경제의 앞날

입력 2011-12-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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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A`에서 탈락한 미국경제의 앞날…글로벌 증시 재선도 하나?

2011년에 이어 2012년 최대현안으로 꼽는 ‘애프터 쇼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6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로버트 위더머?데이비드 위더머?신시 스피처가 공동 출간한 ‘미국의 버블경제’라는 책에서 미국경제는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 달러, 정부 부채라는 6개의 버블기둥으로 불안하게 떠받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중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에 낀 버블기둥은 리먼 사태를 계기로 붕괴됐고, 나머지 두 개 기둥인 달러와 정부 부채에 낀 버블은 2011년 이후에 터진다고 내다봤다. 리먼 사태 이후 미국경기와 주가는 정부가 푼 돈에 의해 떠받치고 있지만 2011년 이후에는 또다른 충격인 ‘애프터 쇼크’가 찾아오면서 달러와 정부 부채 버블마저 무너진다는 것이다.

‘애프터 쇼크’는 위기극복 과정에서 3년이 되면 위기다 다시 찾아온다는 ‘3년 주기설’과 맥을 같이한다. 위기극복 3단계 이론에 따라 첫 번째 단계인 유동성 부족과제는 ‘빅 스텝’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로 해결될 수 있지만 위기를 낳게 한 근본적인 시스템이 해결되지 않으면 위기발생 3년차에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 이 위기론의 골자다.

이 때문에 2012년 증시는 낙관론에 영합하기보다 ‘애프터 쇼크’와 위기 ‘3년 주기설’의 발생여부를 결정할 ‘3대 구조전환(triple paradigm shift)`가 제대로 이행되는가를 점검해 봐야 한다. 특히 리먼 사태 이후 국가에 의해 주도돼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 구조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국가가 계속 위기극복과 경기부양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애프터 쇼크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구조전환이 제대로 되면 경기가 회복되고 재정수입이 증가돼 애프터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금융위기가 끝날 수 있다.



민간 자발적인 성장단계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고용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총수요항목별 소득기여도에서 선진국은 70%, 개도국은 60% 정도가 소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각국의 부가가치는 증강현실 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종전에 비해 성급한 출구전략보다 경기부양책이 더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11년 8월 오바마 대통령이 부채협상을 받아들인 것은 1930년대 에클스 실수¹, 1980년대초 볼커 실수²에 이어 `3차 대실수(Obama`s failure)`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부채협상은 민주당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는 ‘재정적자의 화폐화’보다 공화당 입지가 강화될 수 있는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선택한 것은 성급한 출구전략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부채협상대로 재정지출을 줄여나갈 경우 경기는 더 침체되고 누진적인 조세수입 구조상 재정적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채협상 수용이 대실수가 될 것인지는 2012년에는 판명되겠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 리먼 사태 이후 3년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해지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리고 전망도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조치는 S&P사가 국가신용등급 평가업무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 미국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난공불락으로 여겨왔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을 계기로 두 가지 면에서 3대 신용평가사의 개편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는 미국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의 개편내용에는 무엇을 담고 있느냐와, 다른 하나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신뢰도면에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갖고 있는 문제와 위상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이다.

3년 전 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미국, EU,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가 중심이 돼 신용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규제방안을 마련해 왔다.³ 미국의 증권관리위원회(SEC)도 2007년 8월부터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규정을 대폭 개정 할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독립적인 신용평가사 설립방안을 추진해 왔다. 민간 차원에서도 신규 신용평가사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던 신용평가사의 독과점적 지위에 따른 집중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공시, 투명성, 책임감 등을 강화했다. IOSCO는 각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에 신용평가 방법론, 과거 실적자료 등을 공개하고 신용등급 산정모형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개선방안 마련해 권고했다.

또 하나 문제였던 도덕적 해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주요국 정책당국은 신용평가사관련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시 확대, 신용평가업무의 독립성 확보 등과 같은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과 EU도 이같은 IOSCO의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거나 강화해 적용했거나 조만간 적용할 계획이다.

3대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평가모형과 방법론에 대한 정보공시 확대, 구조화관련 증권의 신용등급 표시방법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별도로 국제결제은행(BIS)은 기존 신용등급 뒤에 신용등급 변동성(v), 신뢰도(c), 독립변수의 질적 정보(q)를 나타내는 새로운 기호를 추가하는 방법을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개편내용에 따라 각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실적을 보면 하향조정 건수가 상향조정건수를 상회하고 관찰대상도 부정적 대상이 긍정적 대상을 상회해 위기 이전보다 엄격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 이뤄졌던 국가신용등급의 경우 브라질, 칠레, 한국 등 7개국은 상향 조정됐으나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등 20개가 넘는 국가는 하향 조정됐다.

지역별로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동?북아프리카에 속한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주를 이룬 가운데 일부 중남미 국가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됐다. 특히 유럽재정위기와 관련해 포르투갈, 그리스 등 이른바 ‘무늬만 회원국(bad apples)’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건전한 회원국(good apples)’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들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이 세계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은 이들 국가의 경제동향과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들은 그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기구와 각종 경제협력체에서 발언권이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 중심인 G7의 대표성이 낮아지고 주요 신흥국을 포함한 G20 체제가 정착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제금융질서의 확립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에도 신흥국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신용등급 강등조치를 계기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진 중국을 G2로 대우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의무를 수행해 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G2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질서에 중국을 편입시켜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로 간주하며 사용을 반대해 오다가 최근 들어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경제질서는 ‘차이메리카(Chimerica)’ 시대가 확실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말한 ‘차이메리카’는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로 갈등도 많지만 서로 생명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생관계를 의미한다. ‘차이메리카’ 시대와 별도로 브릭스 국가들이 중심이 되는 ‘팍스 브릭시니아’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브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지만 그동안 간과됐던 국가들과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개척 국가들도 주목된다. 이런 시각에서 앞으로 세계경제질서는 아프리카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그리고 러시아를 제외한 구소련 공화국들이 ‘뉴 브릭스’로 빠르게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종전의 프런티어 마켓에 해당하는 국가들이다.

이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조치를 계기로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국제통화질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차 대전 이후 지속돼온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예상보다 앞당겨 붕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점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2차 대전 이후 국제통화질서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출범된 이후 197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닉슨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했던 이른바 ‘브레튼 우즈체제’이다. 이때에는 중심통화로 달러 위상이 확고하고 달러 가치도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됐던 시기다.

하지만 세계교역 규모가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달러 가치도 더 이상 금으로 보장할 수 없었다. 이 점이 닉슨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배경으로 그 후 국제통화질서는 과도기인 ‘스미드소니언 체제’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에는 달러 가치가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음에 따라 달러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 국제통화질서인 자유변동환율제가 정착된 것은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다. 이 시기에 각국의 통화가치는 원칙적으로 자국 내 외환수급 여건에 맡겨 결정토록 했다. 킹스턴 체제로 전환된 이후 달러 위상은 흔들린 적이 있지만 외환보유나 각종 결제통화 비중으로 보면 달러가 중심통화 역할을 담당해온 국제통화체제가 지속됐다.



하지만 달러 위상이 흔들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08년에 발생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 사태였다. 이때를 계기로 달러 위상이 급격히 떨어지고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가 붕괴될 조짐이 본격화됐다. 특히 그동안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로 거론돼온 위안화, 엔화 등에 대해 약세 현상이 뚜렷한 점이 눈에 띠었다.

금융위기 이후 중심통화로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당사국 요인으로 미국경기는 회복세가 미약하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으로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라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금융위기 이후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계기로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환보유에 따른 부담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탈(脫)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와 유럽재정위기가 리먼 사태처럼 금융위기로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도 2012년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론적으로 최근과 같은 상황이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두 가지 요인에 결정된다.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와,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 정도다.

두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한다. 2008년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가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가지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볼커 룰’로 상징되는 위기재발 방지노력으로 미국 금융사들의 두 지표는 개선됐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유지해온 유럽 금융사들도 두 지표가 낮아 2012년에는 선진국 문제가 신흥국들에게 더 충격을 주는 ‘나비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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