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부도위험 한 숨 돌려..유동성 랠리 더 간다

입력 2012-03-12 15:14   수정 2012-03-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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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2부 - 박문환의 증시퍼즐>

동양증권 박문환 > 국제 파생위원회에서 결정한 사람들 대부분 보험자들이었다. 그러니까 돈을 물어줘야 되는 입장에 있던 사람들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역으로 결정한 것이다. 보험도 영업이다. 보험사건이 난 것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누가 앞으로 보험을 들겠나 합의에 의한 디폴트라고 하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긴 있었지만 어쨌든 간에 그래도 보험금 지급의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판결한 것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만장일치로 결정이 됐다는 것은 그 정도로 보험금을 지급하고도 재무적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과거 리먼 때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영업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 보험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다. 아무튼 부도위험의 확산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스왑파생협회에서의 결정 이후 은행간 불신지표라고 볼 수 있는 유리보 OIS 스프레드 모습을 보면 여전히 안정권인 55bp 에서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리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CDS프리미엄에 큰 변화가 없었다면 이것은 신용이벤트가 유럽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 거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부도위험만 놓고 본다면 지금 당장은 일단 사라졌다고 봐도 되겠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위험이 제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정치적 리스크는 남아 있다. 그리스의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한 사마라스 신민당 총재가 유로존의 국가들과의 약속을 잘 이행해낼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그런 의지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강한 긴축으로 인해 쪼그라들고 있는 GDP 때문에 긴축이 약속을 계속 이행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당장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의 문제도 남아 있다. 최근 포르투갈의 금리도 하향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은 높다.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미 유로존에서 약속했던 신재정협약의 신속한 이행을 거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유로존의 심판도 결국 조만간 불거질 악재에 해당되겠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라부아지에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전과 후에 총질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법칙을 발견했는데 그게 유명한 질량보존의 법칙이라고 한다. 얼음 한 조각을 끓이면 수증기가 돼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형태만 바뀌었을 뿐 전체의 질량은 변함이 없다. 그냥 최초의 얼음만큼의 물질은 이 지구상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2차 LTRO 끝까지 끝났고 이제 유동성장세도 마감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찍어낸 돈이 지금은 단지 ECB 창고 안에 고체상태로 예치금의 형태로 있을 뿐이지만 이 예치금은 분명 모습을 바꿔서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미 열을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열에 해당되는 것이 역마진이다.

간단하게 증명해 보자 LTRO를 통해 대출해 간 은행들이 일시에 그 돈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다. 1%를 빌려갔다. 어떤 은행은 그 자금이 지금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어떤 은행은 다음 달에 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게 있다. 이들이 그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까지 무려 75bp의 역마진을 감수하고 ECB에 재예치 해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이 25bp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상상해 보겠다. 현재 8천억 유로에 달하는 엄청난 돈들에 대해 은행들은 그 역마진을 1년에 60억 유로씩 물어가면서 ECB 창고에 그냥 썩혀두겠나 자선사업이 목적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역마진을 주야장창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든 적절한 투자처가 나오게 되면 만약 투자처가 없다면 기필코 만들어서라도 그 돈을 사용해서 이익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현재 역마진을 감수하고 ECB에 쌓여 있는 8천억 유로 돈들은 조만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줄 자원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로존에 악재는 지금 남아있다고 생각되지만 크게 도드라지지만 않는다면 그런 악재만 아니라면 유동성장세는 당분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유지될 공산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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