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화 될 ‘엔화 약세’…국내증시의 최대 악재로 부각될까?
금융위기 이후 일본경제는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에 시달렸다. UC 버클리대의 베리 아케켄그리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안전통화 저주란 미국, 유럽의 잇따른 위기로 안전통화로 부각된 엔화가 강세가 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¹이 우려될 정도로 더 어렵게 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지난해 내내 일본경제는 엔고에 시달렸다. 새로 출범했던 노다 정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으나 취약한 재정과 장기간 ‘제로(0) 금리정책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바닥이 났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억제와 경기부양 차원에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주력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 보는 시각은 냉담했다. 일본경제가 ‘5대 함정’에 빠져 어떤 정책을 내놓다 하더라도 효과가 의문시 됐기 때문이다. 5대 함정이란 무엇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함정(policy trap)``을 들 수 있다. 특히 주가와 경기침체의 회복방안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리인하 정책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처럼 정책과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는 최종목표인 수익성과 경쟁력 개선여부와 관계없이 구호만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 빠져 있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확실성은 증대돼 예측기관들은 전망이 또 다른 전망을 불러일으키는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에 빠지게 된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과정에서 20년 이상 지속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모든 정책이 무력화돼 죽은 시체와 같은 ‘좀비 경제(zombie economy)’라 불려 왔다. 1990년 이후 무려 20차례가 넘는 경기부양정책은 국가채무가 세계최고수준에 달할 정도로 재정수지만 악화됐다.
기준금리도 ‘제로’ 수준까지 인하했으나 경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각종 미명하에 구조조정 정책을 20년 넘게 외쳐 왔으나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정책과 국민들의 불신 간 악순환만 키워 왔다. 이 때문에 대내외 전망기관들이 1990년대 이후 전망치를 가장 많이 수정한 국가가 일본이다.
정책적으로 일본의 재정은 유럽의 재정위기국들에 못지않게 취약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재정악화 요인이 산재해 ‘일본발 재정위기’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도살이고 있다. 현재 GDP에 대비한 국가채무 비율은 200%를 넘어 그리스, 아일랜드 등 유럽재정위기국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재정수지 적자도 GDP의 10%에 근접한다.
향후 인구감소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의 재정상태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면 지난해에 올해도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일본경제의 국가부도(default)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국채의 95%를 일본 국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부도시 겪게 될 ``낙인효과(stigma effect)``보다 ‘최종대부자(last resort)’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여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국가부도에는 몰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일본국민들의 애국심이 약화되고 있어 이 마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재정적자와 함께 일본경제가 당면한 또 하나의 과제인 디플레 국면을 언제 탈피할 것인가도 예의 주시해야 할 변수다. 일본의 실질GDP 성장률은 1980년대 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2%로 급락한 것은 내수부진에 주로 기인한 점을 감안하면 디플레도 이 요인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970년대 이후 0.5∼0.8%p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내수기여도는 70년대 3.8%p, 80년대 4.0%p에서 1991∼2008년에는 0.6%p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에 89.6%에서 2008년에는 82.5%로 크게 떨어져 경기침체, 디플레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런 만큼 당분간 일본 경제는 내수부문의 활력을 되찾아 디플레 국면에서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부진이 고용과 임금 불안정성 증대, 인구고령화 진전 등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들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여건도 크게 악화돼 1990년대처럼 정부가 민간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촉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서는 경제여건 이상으로 강세를 보이는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야 한다. 앞으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노다 정부가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엔화 약세로 돌려나야 할 의지가 관건이다. 대외적으로는 엔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유럽재정위기와 미국의 인위적인 달러약세 정책이 언제 마무리될 것인가가 엔화 약세전환 시기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엔화 가치는 약세로 전환돼야 가능하다. 다행히 올 2월 이후 유럽위기 진정과 대규모 무역적자,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등으로 엔화가 약세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예측기관들은 앞으로 엔·달러 환율이 완만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본경제 회복에는 크게 도움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경제가 ‘안전통화 저주’로부터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느냐 여부는 ‘제2의 역플라자 합의’가 나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s)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약세인 만큼 제2의 역플라자 합의가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최근 글로벌 환율전쟁과 탈(脫)달러화 조짐의 빌미를 제공하는 미국도 향후 달러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 이후 당분간 자체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정책수단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최대 현안이 될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방치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수출입 구조가 비탄력적이어서 무역수지 개선의 전제조건인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²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다, 과도한 달러 약세는 미국내 자본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를 급락시킬 가능성이 높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평가지수(dollar parity index)를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국은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보다 경상수지적자를 많이 발생시키는 중국 등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도록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춰나가는 ‘이원적인 전략’(two-track strategy)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처럼 엔달러 환율이 79엔에서 148엔까지 오를 만큼 제2의 역플라자 체제가 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근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일본경제 앞날을 보는 시각이 비관적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금융위기 이후 일본경제는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에 시달렸다. UC 버클리대의 베리 아케켄그리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안전통화 저주란 미국, 유럽의 잇따른 위기로 안전통화로 부각된 엔화가 강세가 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¹이 우려될 정도로 더 어렵게 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지난해 내내 일본경제는 엔고에 시달렸다. 새로 출범했던 노다 정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으나 취약한 재정과 장기간 ‘제로(0) 금리정책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바닥이 났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억제와 경기부양 차원에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주력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 보는 시각은 냉담했다. 일본경제가 ‘5대 함정’에 빠져 어떤 정책을 내놓다 하더라도 효과가 의문시 됐기 때문이다. 5대 함정이란 무엇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함정(policy trap)``을 들 수 있다. 특히 주가와 경기침체의 회복방안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리인하 정책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처럼 정책과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는 최종목표인 수익성과 경쟁력 개선여부와 관계없이 구호만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 빠져 있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확실성은 증대돼 예측기관들은 전망이 또 다른 전망을 불러일으키는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에 빠지게 된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과정에서 20년 이상 지속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모든 정책이 무력화돼 죽은 시체와 같은 ‘좀비 경제(zombie economy)’라 불려 왔다. 1990년 이후 무려 20차례가 넘는 경기부양정책은 국가채무가 세계최고수준에 달할 정도로 재정수지만 악화됐다.
기준금리도 ‘제로’ 수준까지 인하했으나 경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각종 미명하에 구조조정 정책을 20년 넘게 외쳐 왔으나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정책과 국민들의 불신 간 악순환만 키워 왔다. 이 때문에 대내외 전망기관들이 1990년대 이후 전망치를 가장 많이 수정한 국가가 일본이다.
정책적으로 일본의 재정은 유럽의 재정위기국들에 못지않게 취약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재정악화 요인이 산재해 ‘일본발 재정위기’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도살이고 있다. 현재 GDP에 대비한 국가채무 비율은 200%를 넘어 그리스, 아일랜드 등 유럽재정위기국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재정수지 적자도 GDP의 10%에 근접한다.
향후 인구감소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의 재정상태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면 지난해에 올해도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일본경제의 국가부도(default)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국채의 95%를 일본 국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부도시 겪게 될 ``낙인효과(stigma effect)``보다 ‘최종대부자(last resort)’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여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국가부도에는 몰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일본국민들의 애국심이 약화되고 있어 이 마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재정적자와 함께 일본경제가 당면한 또 하나의 과제인 디플레 국면을 언제 탈피할 것인가도 예의 주시해야 할 변수다. 일본의 실질GDP 성장률은 1980년대 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2%로 급락한 것은 내수부진에 주로 기인한 점을 감안하면 디플레도 이 요인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970년대 이후 0.5∼0.8%p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내수기여도는 70년대 3.8%p, 80년대 4.0%p에서 1991∼2008년에는 0.6%p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에 89.6%에서 2008년에는 82.5%로 크게 떨어져 경기침체, 디플레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런 만큼 당분간 일본 경제는 내수부문의 활력을 되찾아 디플레 국면에서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부진이 고용과 임금 불안정성 증대, 인구고령화 진전 등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들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여건도 크게 악화돼 1990년대처럼 정부가 민간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촉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서는 경제여건 이상으로 강세를 보이는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야 한다. 앞으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노다 정부가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엔화 약세로 돌려나야 할 의지가 관건이다. 대외적으로는 엔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유럽재정위기와 미국의 인위적인 달러약세 정책이 언제 마무리될 것인가가 엔화 약세전환 시기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엔화 가치는 약세로 전환돼야 가능하다. 다행히 올 2월 이후 유럽위기 진정과 대규모 무역적자,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등으로 엔화가 약세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예측기관들은 앞으로 엔·달러 환율이 완만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본경제 회복에는 크게 도움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경제가 ‘안전통화 저주’로부터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느냐 여부는 ‘제2의 역플라자 합의’가 나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s)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약세인 만큼 제2의 역플라자 합의가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최근 글로벌 환율전쟁과 탈(脫)달러화 조짐의 빌미를 제공하는 미국도 향후 달러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 이후 당분간 자체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정책수단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최대 현안이 될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방치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수출입 구조가 비탄력적이어서 무역수지 개선의 전제조건인 ‘마샬-러너 조건(Marshall-Lerner condition)’²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다, 과도한 달러 약세는 미국내 자본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를 급락시킬 가능성이 높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평가지수(dollar parity index)를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국은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보다 경상수지적자를 많이 발생시키는 중국 등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도록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춰나가는 ‘이원적인 전략’(two-track strategy)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처럼 엔달러 환율이 79엔에서 148엔까지 오를 만큼 제2의 역플라자 체제가 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근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일본경제 앞날을 보는 시각이 비관적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