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W] 정부 주도 물류사업 '藥'인가 '毒'인가

입력 2012-05-02 17:48  

<앵커>

최근 국내 물류 업계의 판도변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포화 상태인 택배산업에 우체국의 사업 확장이 진행 중인 가운데 농협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산업팀 이성민 기자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이성민 기자 먼저 물류 산업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기자>

네. 물류 산업은 크게 운송과 보관, 주선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물류산업 내 운송 사업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사업이 바로 택배사업인데요. 물류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택배시장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7%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온라인쇼핑몰과 홈쇼핑 시장의 성장으로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제한된 시장 내에 민간 기업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성장의 저해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국내 택배시장의 평균단가는 지난 1997년 정점(4,732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1999년 4천 원 대가 무너진데 이어 2005년에는 3천 원 선마저 붕괴돼 현재 2천 원 대 초반(2,338원)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가격이 내려간다는 건 사실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인데요.

가격이 다소 지나치게 낮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기사>

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택배 회사들이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경쟁이 아니라 거래 단가를 낮추는 식의 가격 경쟁에만 치우쳤기 때문입니다.

국내 택배 업계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우리와 이웃한 일본의 경우 소수 물류업체가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일부 구조조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0여개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어 이 중 한 회사라도 가격을 낮추면 덩달아 낮출 수밖에 없고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와 최근에는 농협까지 택배 사업에 진출할 뜻을 밝히면서 민간 택배업체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11월 최원병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택배 사업에 대한 진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데요.

오늘 오전 한국경제TV 와의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수공 농협경제대표이사의 발언 먼저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수공 /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이사

"지금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사갔다면 이젠 온라인 쪽에서 주문만 하면 배송하는 사업을 위해 물류센터가 필요합니다.

지역별로 호남권과 영남권, 강원권과 제주권으로 안성을 포함해 5군데로 물류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택배 사업이 지금 미미하니깐 이제 크게 규모를 확대해서 배송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농협의 택배업 진출이 가시화될 경우 농협은 기존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큰데요.

일각에서는 벌써 국내 택배 시장이 농협 중심의 독과점 질서로 재편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 산하의 민간 기업들과 지식경제부 산하의 우체국에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농협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택배시장의 구도는 앞으로 더욱 복잡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작은 산업에 3개의 정부 부처가 관여하고 있는 셈이군요.

농협이 기존의 유통망과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택배시장의 거대 공룡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클 것 같은데 기존 업체들의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기자>

네. 기존 업체들은 농협의 택배 사업 진출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지는 조금씩 다릅니다.

민간 업체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다소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국내 물류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우정사업본부 내 택배사업 실무자를 만나봤는데요. 차례로 들어보시죠.

<인터뷰> 배명순 / 한국통합물류협회 소포사업과 사무국장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한다면 새로운 투자를 통한 진입은 어려울 것이고 기존의 업체를 인수해서 들어오는 방식밖에 없을 것 같은데 업계 전반으로 봤을 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농협의 택배 진출이..."

<인터뷰> 황철연 우정사업본부 사무관

"저희는 국영기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체 택배사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민간 택배사들하고 경쟁을 하려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경쟁을 하려면 다만 서로 물량경쟁을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저단가 경쟁도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택배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바람직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민간 업체의 경우 현재 구조에서는 농협이나 우정사업본부와 경쟁 자체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제한된 차량과 인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인데요.

실제 최근 10년 동안 택배업체들의 매출 추이를 들여다보면 일부 공감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국내 상위 5개 택배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기존 업체들의 성장도 놀랍지만 우체국택배의 약진이 특히 눈에 띕니다.

농협의 진출에 민간 업체들이 긴장하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토해양부에서는 지난달 그동안 문제시됐던 택배 차량 증차 제한문제를 올해 안으로 일부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식으로 해결될 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앵커>

업체들 사이의 경쟁을 나무랄 순 없지만 출발점이 다르다보니 일부 문제가 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국내 택배산업 전체의 성장을 위한 해결 방안은 없을까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현재 구조에서의 경쟁은 사실 스스로의 살을 도려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더 이상의 불가피한 경쟁보다는 업계 전체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제 대형 회사들이 국내보다는 외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태승 인하대학교 교수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태승 / 인하대학교 아태물류대학원 교수

"규모가 큰 기업들이 국내 택배시장에 집중하지 말고 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중소형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균형을 이루어가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페덱스나 DHL, UPS 같은 그런 회사들이 우리랑 다른 회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국내의 대형 택배 기업들이 그런 것들을 지향할 수 있는 형식이 조금 다르지만 그런 큰 꿈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되는데요.

국내 대형 회사들은 현재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국내에는 현재 20여 개 택배회사가 있는데요. 대부분 자신만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몹시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회사 인수를 눈앞에 둔 기업의 담당 실무자를 직접 만나고 왔는데요.

치열해진 경쟁만큼이나 택배 업체들의 대비가 빠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계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인터뷰> 안재호 / CJ대한통운 성장전략팀장

"농협이나 우체국 등이 물류업종에 진출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철도와 대북 물류, 국방 물류처럼 기존의 물류업체들이 들어가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들어감으로써 그들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전체 물류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방향을 잡았습니다.

시장 성장성이 높은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해서 향후 미래 성장의 동력의 기반으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치열한 경쟁에 놓인 택배회사의 앞으로 계획까지 들어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취재하면서 느꼈던 부분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기자>

올해가 우리나라에서 택배사업이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사실 취재하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택배 산업에 대한 기본 통계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택배 산업에 대한 법적 정의는 물론 관련 법규조차 없었습니다.

정부가 얼마 전 `택배업종의 법제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업계 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아직 구체화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민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련법 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 택배 및 물류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네. 이성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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