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 탈퇴는 더 큰 악재 불러"

입력 2012-05-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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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처음 그리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렇게 말했었다. 그리스는 앞으로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 좀비처럼 살다가 결국은 절차를 거쳐 퇴출될 것이라고 말이다. 당연히 그렇게 말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초기 그리스가 문제에 봉착했을 때 결코 퇴출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그리스의 화폐도 결국은 유로화이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만약 부도난다면 유로화로 발행된 채권에 부도가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퇴출되더라도 절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절차가 거의 대부분 끝나간다. 퇴출되어도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미 헤어컷을 통해 그리스의 채무규모를 크게 줄여놨고 나머지 방어를 위한 EFSF나 ESM, 그리고 IMF 방어벽도 거의 2배나 높여 세워놨다. 또 은행들 간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LTRO까지 시행됐다. 이제는 퇴출된다 해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정도가 된 것이다.

오늘 새벽 독일의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려 한다면 우리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외교적 발언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직역하자면 이제 준비 다 됐으니 나갈 테면 나가보라는 말과 같다.

그나마도 지금 당장 나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유로존의 체력이 회복된 이후 나가는 것이 덜 충격적일 것이다. 하지만 EFSF 이사회에서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반대가 많았다. 그래서 시가 초기 유럽 은행주가 많이 빠졌던 것이다.

결국 원래 약속한 52억 유로에서 10억 유로 유보되고 42억 유로만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왜 42억 유로가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당장 써야 되는 급한 돈, 이를테면 ECB에 상환해야 되는 돈이 33억 유로이기 때문에 줘 봐야 다시 환수되는 것이니 줘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더불어 이번 달 내 돌아오는 국채상환액 등을 고려해서 42억 유로가 결정된 것 같다. 이 정도면 대충 7월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이고 지금 당장 무정부 상태인 그리스에서 시간을 조금 더 주자는 의미였던 것 같다.

사실 그리스 입장에서도 지금은 스스로 나가는 것보다 어떻게든 남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드라크마로 돌아가면 그리스 입장에서 그날부터 유로화는 외화가 된다. 그럼 과연 누가 드라크마를 믿고 받겠는가. 무역거래에서 그나마 지금 유로화를 쓰고 있고 유로화로 결제를 하니까 그나마 석유도 살 수 있고 그 외 원자재도 살 수 있다. 만약 유로화를 버리고 드라크마로 돌아간다면 석유를 파는 사람들이 드라크마를 받겠는가.

당연히 그리스는 급격한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아마도 주유소에 차들이 휘발유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국민들은 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것을 정치인들이 모를 리 없다. 모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돌연 돌풍을 만들어 제2당이 된 좌파연합당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에게 기자들이 질문했다. 정말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것을 원하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강경하게 나갔던 사람도 최근에는 이렇게 답변했다. 단지 잔혹한 긴축이 아니더라도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는 정도로 답변하고 있다.

즉 그 역시 표를 얻기 위해 상황을 이용했을 뿐이고 정작 그리스의 퇴출은 더 큰 고통을 수반할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로존의 리더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당장 그리스를 쳐버리는 것보다는 잠시 유보를 시키는 것이 나은 판단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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