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8강 진출국은 PIGS?...축구의 딜레마

입력 2012-06-19 11:37   수정 2012-06-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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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2012가 8강 진출국을 확정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조 예선 3차전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크로아티아와 아일랜드를 누르고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19일 마지막 D조에서 남아있는 2장의 카드를 놓고 프랑스와 잉글랜드, 우크라이나, 스웨덴이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유로2012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최고조로 달하는 가운데에도 유럽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전세계 축구팬 뿐만아니라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시켰다. 17개 유로존 가입국가 가운데 재정수지 악화, 부동산 거품붕괴에서 촉발된 금융부실, 높은 실업률이라는 공통점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돼지들(PIIGS)`이라는 힐난을 받은 국가들이 대거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P), 이탈리아(I), 아일랜드(I), 그리스(G), 스페인(S)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PIIGS 가운데 유로2012 조별 예선 결과 포르투갈(P), 스페인(S)과 이탈리아(I), 2차 총선으로 시선을 모았던 그리스(G)가 8강전에 진출했고 아일랜드만(I)이 안타깝게(?) 탈락했다. `돼~지들(PIIGS)`은 `돼지들(PIGS)`로 압축됐다.

화면을 통해 본 이들 국가의 응원단에서 경제위기의 그늘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무너진 자존심을 스포츠를 통해 되찾으려는 몸부림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스페인 라호이 총리는 자국의 예선 1차전을 보기 위해 현장으로 날아갔다가 국민들로부터 `지금 축구보러 다닐때냐?`, `폴란드에서 돌아오지 말라`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비난에 동참한 스페인 국민들의 자세는 정치인과 부유층의 `네 탓`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내 탓`이라고 말하는 재정위기 국민은 많지 않다. 유럽의 한 지인은 "망한 나라의 축구팬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유럽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중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경기에 호재가 되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모두들 흥청망청 호경기의 과실만 누리고 불황의 고통은 나누려 하지 않는채 축구를 유일한 탈출구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이방인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당시 우리의 모습과 2012년 `돼지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순진한 한국인들은 나라를 살리겠다며 장롱속에 있었던 금반지까지 꺼내들고 줄을 섰다. 바닥을 드러낸 달러를 끌어와야 한다는 일념이었다. 2차 총선까지 치르며 전 세계를 `공황` 상태로 몰아간 그리스에서는 거꾸로 금 사재기가 유행했다.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축구시합에만 몰두하는 `돼지들`을 바라보면서 축구 잘하는 나라들의 `네 탓` 딜레마가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만약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유로2012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면 그 때야 `내 탓`이라고 으시대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 돼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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