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도에 취약한 흐름 점차 개선될 것"

입력 2012-06-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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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오늘 새벽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노동법의 개혁안이 통과됐다. 몬티 총리가 노동법의 개혁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사임할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천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찬성 393표, 반대 74표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됐다. 사실 평생 고용을 강조했던 그동안의 진부한 노동법에 대해 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유럽이 다 그렇듯 노동계 반발이 워낙 커 누구도 고양이의 목에 방울 달기를 꺼려했었다.

최근 ECB가 유통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기 위해 반드시 노동법의 개혁이 전제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이렇게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되었다면 비 독일 진영에서도 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밤 EU 정상회담에서 몬티 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쉽게 말해 ECB가 노동법 개혁 이후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국채를 매수할 수 있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조금 더 당당하게 ECB에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르켈도 만만치 않다. 안전한 채권 확보를 원하는 독일과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 독일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그 이견을 좁히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단 한 번에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오는 7월 9일에도 재무장관회의가 또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회의를 통해 문제국과 우량국 간의 이견이 점차 좁혀질 것이다.

마치 출사표라도 던지듯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에 독일 하원에서 연설을 통해 결코 재정통합의 절차 없이 채무분담은 있을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시장 참여자들은 오늘 밤 EU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다. 기대가 크지 않다면 폭락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게다가 요즘 중앙은행으로부터 경기부양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는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오늘 새벽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또 ECB 내에서 거시경제 분석과 전망에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패트릴 프리트 ECB 수석 분석가가 ECB의 금리가 1% 미만으로 내려갈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 사람의 발언 이전에 ECB가 이번 7월 5일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한 달 전에 비해 상당히 높은 64%까지 올라간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7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치는 커질 수 있다.

금리를 내리든 내리지 않든 결국 시장이 기대치에 의해 움직인다면 EU 정상회담이 설령 무위로 끝난다 해도 이런 기대감 때문에 시장이 하락으로 갑자기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는 IMF로부터 재원을 받았던 지난 1998년 이후 금융시장이 급히 개방됐다. 그래서 자본의 유출입이 어느 나라보다도 쉽다. 자본거래 시장도 전세계 12위로 큰 데다 전자거래와 파생시장이 고루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달러화나 유로화가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투기적 거래자, 혹은 헤저들이 우리네 시장에 돈을 쌓아두려 한다. 마치 언제든지 뺄 수 있는 창고처럼 말이다. 그래서 자금이 유입될 때도 가장 빨리 들어오고 나갈 때도 가장 빨리 나가는 편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의 상당 부분이 유럽계 자금이었다. 이것은 유럽은행 감독청에서 핵심 자기자본비율 9%를 맞추라는 요구 시한이 6월 말이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돈은 곧바로 현금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ECB 회의에서 3차 LTRO에 대한 힌트가 없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이후부터 현금을 만들기 위한 매도가 유독 많았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최근 거래량은 평균치 대비 70% 수준이다. 그만큼 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어 표류하고 있는 허약한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이 조금만 집중되더라도 여타 시장 대비 취약한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행의 9% 핵심 자기자본비율의 시한인 6월이 지나면 적어도 이런 불평등해 보이는 움직임은 다소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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