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럽 금리인하, 외환시장 영향은?"

입력 2012-07-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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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선물 정경팔 > 통상적으로 볼 때 금리인하는 외환시장에서 통화의 가장 강력한 약세 요인이다. 그렇지만 금리인하에 대해 주식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경우에 한해 외환시장에서 위험통화들에게 강세요인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지난밤 이런 메커니즘이 작용하지 못했던 것은 ECB의 드라기 총재가 경기하강 위험을 강조하면서도 금리인하 이상의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이 이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면서 위험자산과 위험통화가 약세를 보였다.

중국의 금리인하 조치 역시 하반기에 예상되었던 부분이지만 시기적으로는 예상보다 빠른 면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경기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해석되면서 위험통화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한 두 차례 정도 더 금리를 인하할 수 있겠지만 중국이 정책적으로 부동산경기를 활성화시키지 않는 한 위험통화들이 의미 있게 강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부동산경기가 활성화될 경우에 한해 호주의 대중국 철광석 수출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호주달러와 원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은 경기부양책과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 역시 금리인하 조치 이외의 또 다른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이 그동안 의지해 왔던 정책적인 기대감은 점차 약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환율은 앞으로 글로벌경기 부진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선에서 움직일 것이다.

유로달러의 최근 상승과 하락 요인을 정리한 차트를 보면 유로달러는 5월에만 뚜렷하게 하락세를 보였고 6월부터는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1.24달러와 1.2750달러 사이에서 박스권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번 금리인하와 함께 박스권 하단인 1.24달러를 하향 돌파했기 때문에 하락세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저점인 1.286달러까지 하락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유로달러가 박스권을 하향 돌파할 정도로 강한 매도세가 나온 것은 ECB의 드라기 총재가 경기하강 위험을 강조하면서 시장에 이것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받아들인 면이 있다.

또 유럽중앙은행이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매입에 대한 논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이 급등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유로화를 지지했던 요인 중 하나가 중앙은행들의 정책적인 대응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LTRO의 효과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금리인하 이상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리고 지난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의 QE3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것 역시 유로달러의 추세적인 하락세를 유도할 것으로 본다. 또 유럽정상회담의 합의내용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안정화기구의 은행권 직접지원안을 보면 단일은행 감독기구의 설립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기구의 설립이 내년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로화를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을 단기적으로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유로화가 앞으로도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다. 다만 차익실현 매수가 등장하면서 하락 속도를 조금 더 제한할 수 있다.

가장 단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변수는 스페인 국채수익률이다. 스페인 국채수익률은 지난 유럽정상회담 이후 6.3%까지 하락했었지만 지난밤에는 6.7% 대까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정상회담의 실망감과 함께 유럽중앙은행의 유럽 채권시장에 대한 부실안 대응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6월의 경우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7%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달러원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 둘 사이의 상관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당시 그리스 관련 불안감으로 급등했던 달러화를 중앙은행의 정책적인 기대감을 명분 삼아 차익실현 매도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었던 예외적인 상황이다. 또 두 가지 재료에 동시에 집중할 수 없는 외환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달러원과 스페인 국채수익률 10년물 사이의 상관관계가 무려 0.86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차트를 통해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 상승과 함께 달러원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자면 계속해서 그리스가 외환시장에서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조건의 완화 요구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작아졌다.

그렇지만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오는 9월과 12월 트로이카의 분기별 실사 때 다시 한 번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특정한 시점과 관계 없이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미 연준의 QE3에 대한 기대감이다. 가장 최근 미국의 6월 제조업 생산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QE3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바 있지만 지난밤에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재를 보이면서 그 기대감이 약화됐다. 그러므로 시장은 재료와 지표에 따라 기대와 실망 사이를 오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시장의 변동성을 제공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7월 초에 달러원의 하락세를 유로했던 주요한 재료가 유로화를 매도하고 아시아통화를 매수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였다. 물론 지난밤 유로화 급락과 함께 크로스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글로벌경제 둔화조짐은 지속되고 있고 정책적인 기대감 역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상품통화나 아시아통화의 투자통화로서의 매력이 다소 감소하고 있다. 그만큼 유로 캐리 트레이드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달러원에 미치는 영향 또한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4일 장중에 기록한 1132원 대 환율을 단기 저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스페인 국채수익률의 상승과 글로벌 경제지표의 부진이 환율 상승을 주도할 것이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1155를 돌파하는지 여부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의 환율 동향을 통해 깨달은 것은 1150원이 재료에 의해 움직이는 시간과 불안심리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 사이에서 경계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리적 불안감이 크게 촉발될 경우에 한해 1150원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페인 국채수익률의 상승과 글로벌 경제지표 부진이 과연 이러한 역할을 해 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만약 1150원이 돌파된다면 그 이후에는 재료보다는 심리에 의해 압도되는 시장이 될 것이다. 환율의 급등과 차익실현이 순차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 이번 달에는 1130원과 117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다.

지난 2월부터 달러원의 저점을 연결한 추세선을 보면 저점이 일정하게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선을 하향 돌파할 만큼 강력한 위험선호 재료고 등장할 것인가에 대해 현재 기대감이 크지 않다. 따라서 달러원이 추세선을 하향 돌파하기 보다는 추세선을 따라 저점이 완만한 상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 추세선을 따라 추정해보면 1130원 초반 정도를 올 하반기 하단으로 본다.

올해 서울 외환시장은 1157원에 개장했다. 펀더멘탈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유럽중앙은행의 LTRO와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인한 미 고용지표의 호조 때문에 환율이 1110원 대까지 하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사라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환율은 다시 펀더멘탈을 반영한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차트의 추세선은 이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초와 같은 비통상적인 조치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이러한 정상화 과정은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달러원은 연초 개장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상승한 후에 연말 종가를 형성할 것이다. 저점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고점은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이다.

변동성을 유발하는 요인은 그리스 위기 재발과 스페인과 이탈리아 우려의 확대다. 그리스는 항상 구제금융 지원액과 실제 필요액의 오차 때문에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올해 하반기 역시 다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우려까지 더해질 경우 1180원 대까지 상승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만 위기의 상황이 지속될수록 중앙은행의 정책적 대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역시 커지는 경우를 최근 여러 차례 보아 왔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의 고점이 상반기의 고점을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의 범위를 1130원에서 1185원까지로 본다. 연말 종가는 1155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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