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유로존 시간 끌기에 합류?"

입력 2012-08-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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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증시특급 1부-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해설위원 > 이번 주 시장을 지탱해주던 두 가지 이슈 모두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FOMC 성명서 결과가 결국 ECB 회의결과의 복선이 아니겠느냐고 했었다. 어제 ECB도 빈손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것이 결국 맞았다.

ECB 성명서 전문을 살펴보자. 중앙은행 성명서의 경우 외교문서 격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와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뜻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 보도자료에서는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기능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다음 중앙은행이 갖는 본연의 역할 중 물가 관리기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역시 FOMC와 상당히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이 내려앉고 있는 분위기이고 올해와 내년에는 ECB 목표치 2%를 하회할 수도 있지만 지금 코스가 ECB 물가관리 목표수준 내에 들어있다.

이 역시 어제 FOMC와 마찬가지로 유로존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떨어진 것은 인정하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을 이와 같이 묶어 리세션이나 디플레이션 증상으로 해석하지는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유로존은 경제성장이 위축되어 있지만 금융시장 주변의 긴장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신뢰감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데 금융시장의 반응이 과장되어 있다.

ECB의 입장은 일부 국가의 채권금리가 비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해있는 것에 대해 이것이 곧 유로화 혹은 유로존이라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는데 유로존은 절대로 흔들리거나 깨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런데 이 표현도 이미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이다. 시장을 만족시키기에는 모호하면서 감동이 없다.

그래서 결정적으로 ECB의 대책이 무엇이냐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먼저 유로존 각국이 ESM이나 EFSF를 빨리 효과적으로 가동될 수 있게 서둘러달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촉구하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만약 각국 정부가 그렇게 나서준다면 우리도 조건부로 나설 수 있는데 오픈마켓 오퍼레이션, 국채 직접매입 다시 말해 S&P를 암시하는 것으로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에 대해 힌트를 준 것이다.

그리고 목표까지 도달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목표는 바로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내려 보겠다고 하면 금액과 상관없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거기까지 가겠다. 그런데 여기 전제조건이 각국 정부가 나서서 ESM과 EFSF로 어느 정도 시장의 보증을 깔아달라는 이야기다.

그 다음에 부가적으로 할 것은 추가적인 비상대책 수준의 통화정책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의지나 가능성이 담긴 Will, Can과 같은 표현이 아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May라는 표현을 썼다. 고려를 하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표현이 있어 무책임하다. 의지의 색이 옅어졌다는 표현이다.

여기서 실망을 한 사람들이 많다. 지난주만 해도 나를 믿어달라고 했는데 왜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Q&A 세션에서 왜 지금 달라졌느냐고 물어보니 이런 표현을 썼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책을 강구하되 수주 내로, 몇 주에 걸쳐 보완을 해 보겠다는 답변이었다.

몇 주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몇 달이라고 하면 너무 멀다고 실망할 것 같고 며칠 내라고 하면 기대가 너무 커질까 봐 이렇게 표현을 했다. 최단 2주, 그러니까 14일부터 1년까지는 끌지 않겠다는 모호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냉담했고 그나마 미국시장이 선방했다.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넘게 빠졌어야 정상적인 시장의 반응인데 어느 정도 방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주가의 저평가 메리트는 어느 정도 인정되는 상태다. 하지만 오늘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이를 감안해야 한다.

현지 전문가 의견을 정리해보자. TD 증권의 인터뷰 내용이다. 오늘 사실 ECB로부터 3차 LTRO나 추가 채권매입 혹은 ESM의 은행면허 부여 등을 기대했던 시장은 분명히 실망했다. 그런데 오늘 확인된 ECB 의지가 지난주 드라기 총재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유로존 내의 정치적 합의가 아직 불충분하기 때문에 발언수위를 조금 보수적으로 낮췄을 뿐이지 자사의 전망으로는 ECB가 국채 직접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 같기는 한데 다음 달 정도가 타이밍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월가 현지의 반응을 로이터통신을 통해 들어보자. 간밤에 미 증시와 당장 오늘 우리 대한민국 증시는 ECB 충격이라는 태풍의 영향권에 들게 됐다. 그 이유로는 ECB가 가시적인 조치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국채매입이든 LTRO등 무엇이든 간에 얼마라도 시장의 유로화, 즉 돈을 풀어주면서 성의표시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이터통신도 추가 국채매입에 대한 힌트도 나왔고 ECB 결과가 유로존 각국 정부로 하여금 긴밀한 협력과 대처를 압박할 것이라는 것도 알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일주일 간 ECB가 시장에 돈을 풀면 주가도 곧 오를 테니 미리 주식을 사 놓자고 해 주가를 올려놓은 매수세는 다시 빠져나가 버리거나 비자발적 가치투자자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보자. 세테라 파이낸셜 그룹의 의견이다.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ECB에 가졌던 기대치가 너무 높은 동시에 구체적이었다.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시나리오를 짜 놓았는데 그만큼 실망이 더 컸다.

지난주 드라기 총재의 ‘무엇이든 하겠다’ 테마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고 이제 증시의 되돌림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남은 이벤트는 금요일 밤 고용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한 주 마감하고 밤에 나오는 것이지만 금요일 장인 할리데이 리스크에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들어보자.

고용보고서가 이번에 갖는 의미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다. 이번 주에 QE3가 나오지 않은 이상 고용보고서는 여전히 연준을 자극하기에 가장 중요한 재료다. 이 고용보고서 결과는 나쁘게 나오면 나쁠수록 시장은 더 크게 화답할 가능성이 있다.

파이어폰트 시큐리티즈는 미 고용보고서의 예고편인 ADP 고용보고서가 이례적으로 결과가 좋았다. 최근이 둘 간의 동조화 추세가 흔들리고 있어 이번에는 더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근본적으로 미 경제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둔화 추세가 확실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침체라는 판단은 이르다.

도이치뱅크의 의견이다. 계절적 변동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도이치뱅크는 연율 비농업부문 고용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지난 ADP 고용보고서 결과가 이번에는 오히려 업사이드 리스크, 즉 너무 좋게 나올까 걱정되는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증시를 보면 선조정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선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유럽증시를 보면 암흑 속이다. 유로달러환율과 함께 살펴보자. 코스피는 오늘 조정을 받기는 하겠지만 6개월간 유로화와 코스피지수의 동조화 현상을 지켜봤다. 최근 한 두 달 동안 동조화 비율이 짙었다.

문제는 유로화 환율이 하락할 때 코스피는 더 많이 떨어지고 오를 때는 더 많이 오르는 과장된 반응이었다. 이번에도 지난주 유로화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코스피가 너무 오버 슈팅했다. 작은 갭이 형성되어 있는데 장중에 유로화가 아예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해서 반등해주거나 코스피가 내려와서 맞추는 둘 중 하나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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