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무제한 양적완화 반박..외국인 수급 주시"

입력 2012-08-21 09:38  

<출발 증시특급 1부 - 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해설위원 > 날씨만큼이나 후덥지근한 장세가 오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기는 이르다. 여러 가지 꿈틀꿈틀한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중 유로존 소식부터 알아보자. 어제 전한 내용에 대한 반박 보도가 AFP통신에 올라왔다. 어제 데르 슈피겔지의 보도내용에 따르면 ECB가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채우려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는데 있어 특정 금액이 아니라 특정 금리를 목표로 시장에 개입하는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가 되었다.

하루 만에 ECB 측은 알려진 것과 달리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ECB 대변인 성명 내용을 보면 해당 기사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같은 아이디어는 아직 고려대상도 아니고 누군가 개인의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그는 이 같은 내용은 ECB 이사회 내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도 되지 않은 사안인데 어떻게 이런 것이 결정될 수 있느냐. ECB는 오직 공식 통화결정 회의에서만 이런 것을 결정하는 기구다. 9월 6일 ECB 통화정책 회의 전에 시장에 섣부른 기대감이나 압박에 대해 경계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게다가 그동안의 ECB의 매파적 스탠스를 고려할 때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이런 입장은 이해가 된다. 여기에 대해 독일 재무장관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측도 사실 무근, 혹은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여기에 대한 유로존 경제학자인 노무라증권 경제학자 자크 카일루스의 의견을 보자. 어제 데르 슈피겔지의 보도내용은 특정 국채금리의 상한선을 정해 놓고 그 밑으로 금리를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국채와의 스프레드를 일정 수준까지 좁힌다는 취지로 ECB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인데 이럴 경우 독일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무한정 돈이 드는 특정국가 채권금리의 하향이나 특정 국가와 독일 간 국채금리 차이를 좁히는 것 둘 다 쉽게 내놓지 못할 카드라고 주장했다.

즉 하나는 돈이 무제한 든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하나는 힘 조절이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9월 6일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일부 요청국가들에 한해 특정 기한까지 국채금리를 얼마큼 내려주겠다는 제한적인 시장개입만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증시가 여기에 따라 안 좋은 영향을 받았는데 월가도 당연히 이것이 전해졌을 것이다. 로이터통신의 미국시장 마감 브리핑을 보자. 제목은 미 증시가 ECB의 발언에 따라 약간 실망감도 있었고 그동안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약세로 마감했다는 설명이다. ECB 국채금리 상한제 실행에 대한 보도를 월가에서도 사실 반겼었다. 여기에 대해 ECB 측에서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면 부인하면서 그동안의 피로감이 더해진 조정을 나타냈다.

시장 이슈를 보자. 오늘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시가총액도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록을 넘어섰다. 업종별로 보면 헬스케어가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 수혜주라고 할 수 있는 민간 의료보험사 애트나가 같은 업종인 코벤트리 헬스케어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두 기업의 주가는 각각 5.6%, 20.3% 가량 급등했다. 그래서 헬스케어업종의 동반 강세도 이어졌다. 오늘 미국의 헬스케어 업종은 경기방어업종인 동시에 대선 관련주로 2관왕의 역할을 차지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거래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거래량이 오늘도 미진했다는 소식이다. 미 증시인 나이스, 나스닥, 아멕스 3대 거래소의 거래량은 일평균 66억 4000만 주에 비해 20% 정도 미진한 48억 3000만 주를 기록해 한 주의 첫날인 월요일치고는 이례적으로 거래량이 부진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증시에 비해 20% 부진은 부러울 정도로 괜찮은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미국도 현재 대선 열기가 뜨겁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경제 관련해 살펴보자.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미트 롬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한 사상 초유의 회계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음 주 공화당 전국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요구가 정치적으로 힘을 받게 될 경우 앞으로의 연준 경기부양책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그동안 여러 번에 걸쳐 나온 이야기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완전히 공개하고 회계감사를 받게 하자는 이야기는 여러 번 있었다. 주로 연준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전통 민주당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례적으로 이번에 연준에게 칼을 빼든 사람은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다. 그동안 연준이 친 공화당 성향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는 당의 색깔과는 맞지 않는 미스매치다.

우리나라의 경제 민주화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런 외신을 보면 어느 정도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오히려 올해 대선이 있기 때문에 연준이 경기부양에 나선다거나 반대로 대선이 있기 때문에 연준이 경기부양에 쉽게 못 나선다는 의견 배치가 있다. 그러나 둘 다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이번 9월 FOMC에 대한 안개는 조금 더 짙어졌다는 의견도 나와 있다.

오늘 우리나라 증시 개장 35분여 앞둔 상황이다. 오늘 같은 날 코스피지수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쉽지 않다. 먼저 유로달러 환율을 보자. 누가 봐도 7월에 진바닥을 확인한 것은 맞다. 최근 3개월 차트를 보면 7월 저점을 확인한 뒤에 두 번 정도 레벨업을 시도한 것이 우리나라 코스피 1800선, 1900선과 연동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횡보국면에 진입했다. 일간 변동성은 있었지만 그래도 지난 일주일 동안의 흐름을 보면 ECB 발언 실망 사실이 컸는데 곧바로 V자 반등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증시도 언제든 대외이슈에 따라 조정이 나올 수 있지만 반등 여력 혹은 반발 매수세의 회복탄력성은 나쁘지 않다.

앞서 확인한 마감 브리핑에서 애플의 사상 최고가 경신에 대해 우리나라 증시 입장에서 해석해보자. 오늘도 삼성전자 주가에 따라 코스피가 방향성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애플이 미국에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간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업종도 비슷하고 경기 민감주라는 점에서 추세 자체는 동조하지만 롱숏 전략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1년 동안 애플을 아웃포펌해 주가상승률이 앞서고 있다.

이것을 다시 최근 3개월로 압축시켜보자. 삼성전자가 처지고 있다. 이것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와 애플의 롱숏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오늘 애플이 아이폰5 출시나 어떤 펀더멘탈 이슈 때문에 사상 최고가를 넘어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트레이딩 관점으로 다같이 힘을 합해 애플 주식을 들어올렸다는 것은 어제 삼성전자 외국인 매도가 애플 매수의 반작용으로 연결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애플은 이제 누가 봐도 고점 부담으로 추가매수는 힘들다고 생각해 오늘 다시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오늘 밤 애플을 차익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따라서 오늘 방향성보다는 내부적인 외국인 수급에 대해 주의 깊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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