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진단] 원유선물가 급락… 배경은?

입력 2012-09-1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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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투자의 아침 3부 - 이슈진단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 뉴욕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 55분쯤 상승세를 타던 원유 선물가격이 갑자기 폭락했다.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면서 WTI 10월 물이 단 1분 사이에 3달러 이상 추락했다. 거의 4% 폭락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시장 움직임에 추격 매도세가 잇따랐다. 불과 20분 사이에 낙폭이 4달러를 넘어서면서 유가가 94달러까지 떨어졌다.

누군가 주문 실수를 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시장을 운영하는 CME 그룹은 특별한 기술적 이슈가 없었다고 즉각 발표했다. 전략 비축유 방출 소문이 돈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역시 설득력이 없었다. 느닷없는 유가 폭락세 영향으로 주식과 유로화, 구리 선물 같은 여타 위험자산들도 함께 낙폭을 키웠다.

유가가 왜 갑자기 추락했는지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소동을 통해 주식과 석유를 포함한 위험자산 시장에 그만큼 조정 압력이 커져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ECB의 국채매입 결정이나 독일 국가재판소의 ESM 합헌 결정, 네덜란드 총선의 무난한 결과, 미국 연준의 무제한 QE3 등 최근 짧은 기간 동안 위험자산시장의 호재의 홍수 속에서 워낙 많이 매달린 탓에 피로감이 누적됐던 것이다. 영문도 모르는 현상에 동반 매도 공세가 따라 붙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역시 시장의 조정 압력이 쌓이고 피로감이 누적되다 보니 악재에 조금 더 민감해졌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밤사이 위험단계에 해당되는 6%선을 터치했다. ECB의 국채매입 발표 이후 열흘 만의 일이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유럽 재무장관회의가 성과물은 내놓지 못한 채 남북 유럽과의 이견만을 노출하고 마감한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ECB의 통합 은행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문제가 이번 재무장관회의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는데 남유럽은 서둘러서 내년 초에 끝나자는 입장인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은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천천히 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남유럽이 이 문제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면 통합 감독기구가 만들어져야 부실은행에 대한 ESM의 직접적인 자본 출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스페인에 투입되는 1000억 유로의 은행 구제금융 상환 책임은 모두 스페인 정부가 직접 져야 한다.

그렇지만 독일은 부실국가 구제의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는 독일 국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하나씩 천천히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입장으로 보인다.

아직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아마도 그리스 문제를 푸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독일은 그리스를 유로존에 계속 잔류시킨다는 방침을 이미 정해놓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핵심 이슈로 잠재되어 있는 것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적인 채무 탕감이다. 지난번 구제금융을 결정할 당시 민간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채 원금 1000억 유로를 탕감해줬는데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 ECB 역시 채무를 탕감해줘야 한다는 것이 IMF의 입장이다.

그리스에 돈을 더 찍어 넣는 것보다는 기존 빚을 깎아주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저항이 덜할 테지만 ECB, 특히 독일중앙은행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주말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독일 중앙은행을 이례적으로 비판한 것을 보면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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