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脈] 불붙는 환율전쟁, 스위스에 이어 홍콩까지...

입력 2012-10-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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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진행된 환율전쟁의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자금이 안전통화로 통화는 스위스 프랑으로 몰려들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는 `무제한`으로 유로화를 매입하겠다며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섰다. 스위스 뿐만 아니라 비(非) 유로존 국가인 영국,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통화 가치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고 지구 반대편 아시아에서는 일본 엔화와 싱가포르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스위스는 1유로에 1.20 스위스프랑에 고정시키는 페그제까지 도입할 정도였다. 국제자본시장에서는 스위스가 통화 방어를 위해 지출한 돈이 650억프랑(원화 약 77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스위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스위스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시장에서는 스위스의 외환시장 개입이 더 이상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기야 페그제를 유로당 1.30스위스프랑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스위스는 막대한 자금유입에 따른 자산거품과 인플레이션, 자국 산업의 수출경쟁력 저하를 우려해 값비싼 대가를 치뤘지만 환율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간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번에는 페그제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주일간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네 번이나 외환시장에 개입해 1조3,000억원이 넘는 홍콩달러를 매도했다. 2009년 12월 이후에 거의 2년 여만에 단행된 시장개입이었다. 이웃나라인 싱가포르는 벌써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모르기는 몰라도 환율을 둘러싼 각국의 전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새 판 짜기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촌 살림살이가 정상궤도로 복귀할 때까지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언제,어디서,어떤 방식으로 환율 전쟁이 발생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돈은 위험을 감수하기도 하고 안전한 피난처를 찾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약해진 틈을 집요하게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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