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건어물녀와 초식남을 만들어내는 사회

입력 2012-11-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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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10화. 건어물녀와 초식남을 만들어내는 사회

건어물녀와 초식남은 사랑에 관심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사회의 생존경쟁에 치인 나머지 삶의 기운이 동나버려 누군가를 만날 여력이 없는 그악스러운 현실을 고발하는 셈이죠. 한 생명으로서 누군가와 사귀고 삶을 나누고픈 욕망마저 살아남는 데 쏟아야 하기에 ‘연애세포’는 말라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시궁창이고 연애도 못 할 정도로 삶이 버겁다면 화가 나서라도 들고일어나야지, 착취당하면서도 멍청하게 앉아 있냐!” 기성세대 중 일부는 이런 논조로 젊은이들을 비난하곤 합니다. 이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려준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입니다. 부르디외는 자본주의가 파고들기 시작 한 알제리에서 ‘왜 하층계급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지’ 연구했습니다. 세상이 엉망진창이고 내 삶이 고통에 짓눌린다면 화가 나서라도 들고 일어날 법한데, 그들은 착취당하면서도 착하게만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부르디외가 밝혀낸 이유를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본디 세상이 이렇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면, 비참이 필연성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된다.’ 하층계급은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을 습관적이고 나아가서 자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감수하며 사는 것입니다.



부르디외는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에 의해 강요되는 고통은 다른 사회경제적 질서를 생각게 하기에는 충분한 동기가 아니라면서 비참한 자신의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비참 그 자체가 완화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연애도 못 하고 풀이 죽어 있는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주장입니다.

누군가와 만날 수 없는 상황은 이 살기 팍팍한 사회 환경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이것을‘필연성’으로 여기고 자신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젊은이들이 연애를 못 하는 현실은 당연하게 주어진 ‘자연’이 되고 맙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 오로지 나의 생존만을 위해 냅다 달리는 ‘비참’ 속에 놓여 있습니다. 다른 사회구조를 생각하기는커녕 연애에 돈과 시간을 들일 짬조차 없습니다.

어느 때보다 쉽게 연애를 할 수 있지만, 연애를 하라고 이곳저곳에서 들쑤시며 등을 떠밀지만, 정작 수많은 젊은이들은 연애할 겨를이 없습니다. 살아남기도 벅차니까요.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사람은 꼴불견 취급을 받습니다. 지갑이 홀쭉하면, 번들번들한 명함이 없으면, 앞날이 밝지 않으면 누군가를 좋아하고 만나는 건 상대에게나 자신에게나 못 할 짓입니다. 연애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죠. 지금보다 돈을 더 모으면, 정규직이 되면, 집 걱정이 사라지 면, 안정이 되면 그때서야 연애를 할 마음이 생겨나고 그제야 눈을 요리조리 돌립니다. 그 전까지는 “내 주제에……”라며 자신의 감정 에 자물쇠를 채우고 건어물처럼 말라가거나 초식동물처럼 얌전하게 살아가죠.

누구나 갖고 싶은 상품을 산 이가 능력자로 평가받듯, 연애를 한다는 건 연애할 정도로 돈과 시간이 있음을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셈이 됩니다. 연애는 돈과 시간을 왕창 들여야 하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라고 닦달하는 사회에서 연애는 내가 능력자임을 보여주는 스펙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연애는 생물학이나 심리학이 아니라 경제사회학으로 들여다봐야 풀리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데데한 연애심리학서나 알량한 연애 경험이 사랑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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