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의 ‘3단계 부양책’…세계증시 버팀목되나?
4년 전에 발생했던 금융위기 극복과정을 볼 때 201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최대현안인 재정적자 축소냐 경기부양이냐를 놓고 각국 간의 행로가 극명하게 다른 길을 택해 왔다. 유럽은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재정위기를 겪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국은3단계로 나눠 경기부양에 우선을 두는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왔던 3단계(three-stage) 부양책의 골간이 되고 있는 ‘오바마노믹스’를 1980년대초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레이건노믹스’를 벤치 마크했다. 레이건노믹스란 2차 오일 쇼크 이후 당시 ‘경기침체 하에 물가앙등’이라는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그 이전까지 총수요를 관리하는 케이즈언의 정책이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경제상황 대처에 한계를 보이자 주로 공급을 자극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이다. 케인즈언 정책을 ‘수요중시 경제학(demand-side economics)’이라 부르는 것에 반해 레이건노믹스를 ‘공급중시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라 부르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현안으로 대두됐던 ‘세계경제 불균형’과 미국의 내부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전략이 수출주도형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위기 전 소비의존형 성장전략은 주택가격 버블에 기초한 가계차입에 의해 이루어져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을 가져온 주요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미국의 성장전략 수정요구는 미국 내부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은 앞으로 미국은 소비의존도를 낮추고(less consumption-oriented), 보다 수출지향적(more export-oriented)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바마 정부 출범 초부터 주장해 왔다.
경제구조 자체적으로도 미국경제의 소비의존도는 가계의 지출여력 감소 등에 기인해 낮아질 수밖에 없어 과도기적인 단계에서는 수출이 어느 정도 받쳐줄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당면한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출주도를 통해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적인 정책수순이다.
문제는 미국의 수출주도정책에 아무리 공감대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중국, 한국 등 그동안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아시아 수출국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아시아 국가들이 종전의 성장전략인 수출지향적 정책을 고집할 경우 미국의 수출주도정책과 충돌해 통상마찰과 환율전쟁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중국 등 민간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들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확대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주도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소득격차 축소, 사회보장 확충, 서비스산업 비중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수출진흥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수출확대 차원에서 주력해온 FTA 정책이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FTA 체결국(발효국 기준)에 대한 상품 수출은 전체 수출의 50%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은 자국이 주도해온 WTO 등과 같은 다자 채널보다 FTA 등 쌍무 채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경기회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으면서 약화됐던 미국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해 나가면서 이를 활용한 수출진흥책을 탄력있게 추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2010년 이후 미국은 금융위기로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도하개발아젠다(DDA)와 뉴라운드 협상을 재개할 뜻을 비치는 등 다자 채널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수출진흥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히자 지난해 9월부터 오바마 정부는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우선하는 셋째 단계(third stage)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종전의 부양책에서는 고용지표는 대표적인 경기후행 혹은 종속변수로, 성장률만 끌어 올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에 근거해서다.
오바마 정부의 3단계(three-stage) 경기부양책으로 미국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트라이펙터(trifecta)’ 현상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나라 경제에서 ‘트라이펙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동시에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는 2009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진입하긴 했으나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서로 엇갈래 경기회복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했다. 아직까지 월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수가 동시에 고개를 들면서 갈수록 개선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경제가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경기 전망과 관련해 커다란 의미가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지난해 8월 이후 미국경제를 보는 시각은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Spaghetti or noodle bowl effect)’₁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크게 흐트러졌었다.
미국경제 앞날을 밝게 보는 낙관론은 회복세가 빠를 것이라는 ‘소프트 패치(soft-patch)’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완만할 것이라는 ‘라지 패치(large-patch)’로 구분된다. 비관론도 저점이 두 개 형성될 것이라는 ‘이중침체(double-dip)’에 이어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한번 더 깊은 골이 찾아올 것이라는 ‘삼중 침체(triple-dip)’를 경고했다.
인플레와 관련해 경기침체 하에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나온 지는 비교적 오래됐다. 최근 들어서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슬럼플레에션(slumpflation)’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미국경제 앞날과 관련한 이런 다양한 시각들이 이제는 가닥이 잡힌다는 의미다. 올 3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잠정치)이 2.7%로 2분기 1.4%에 비해 크게 상향 조정됐다. 미국경제 잠재성장률이 3%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최소한 비관론으로 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증시 입장에서도 미국경제가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면 커다란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은 내년에는 채권보다는 주식이 보다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위기, 일본경제 디플레 우려 등 잇따른 악재에도 앞으로 미국경제와 증시가 버팀목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일자리 창출`에 보다 집중하는 경기 부양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4년 전에 발생했던 금융위기 극복과정을 볼 때 201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최대현안인 재정적자 축소냐 경기부양이냐를 놓고 각국 간의 행로가 극명하게 다른 길을 택해 왔다. 유럽은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재정위기를 겪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국은3단계로 나눠 경기부양에 우선을 두는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왔던 3단계(three-stage) 부양책의 골간이 되고 있는 ‘오바마노믹스’를 1980년대초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레이건노믹스’를 벤치 마크했다. 레이건노믹스란 2차 오일 쇼크 이후 당시 ‘경기침체 하에 물가앙등’이라는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그 이전까지 총수요를 관리하는 케이즈언의 정책이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경제상황 대처에 한계를 보이자 주로 공급을 자극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이다. 케인즈언 정책을 ‘수요중시 경제학(demand-side economics)’이라 부르는 것에 반해 레이건노믹스를 ‘공급중시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라 부르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현안으로 대두됐던 ‘세계경제 불균형’과 미국의 내부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전략이 수출주도형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위기 전 소비의존형 성장전략은 주택가격 버블에 기초한 가계차입에 의해 이루어져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을 가져온 주요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미국의 성장전략 수정요구는 미국 내부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은 앞으로 미국은 소비의존도를 낮추고(less consumption-oriented), 보다 수출지향적(more export-oriented)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바마 정부 출범 초부터 주장해 왔다.
경제구조 자체적으로도 미국경제의 소비의존도는 가계의 지출여력 감소 등에 기인해 낮아질 수밖에 없어 과도기적인 단계에서는 수출이 어느 정도 받쳐줄 필요가 있었다. 동시에 당면한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출주도를 통해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적인 정책수순이다.
문제는 미국의 수출주도정책에 아무리 공감대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중국, 한국 등 그동안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아시아 수출국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아시아 국가들이 종전의 성장전략인 수출지향적 정책을 고집할 경우 미국의 수출주도정책과 충돌해 통상마찰과 환율전쟁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중국 등 민간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들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확대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주도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소득격차 축소, 사회보장 확충, 서비스산업 비중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수출진흥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수출확대 차원에서 주력해온 FTA 정책이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FTA 체결국(발효국 기준)에 대한 상품 수출은 전체 수출의 50%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은 자국이 주도해온 WTO 등과 같은 다자 채널보다 FTA 등 쌍무 채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경기회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으면서 약화됐던 미국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해 나가면서 이를 활용한 수출진흥책을 탄력있게 추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2010년 이후 미국은 금융위기로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도하개발아젠다(DDA)와 뉴라운드 협상을 재개할 뜻을 비치는 등 다자 채널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수출진흥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히자 지난해 9월부터 오바마 정부는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우선하는 셋째 단계(third stage)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종전의 부양책에서는 고용지표는 대표적인 경기후행 혹은 종속변수로, 성장률만 끌어 올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에 근거해서다.
오바마 정부의 3단계(three-stage) 경기부양책으로 미국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트라이펙터(trifecta)’ 현상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나라 경제에서 ‘트라이펙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동시에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는 2009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진입하긴 했으나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서로 엇갈래 경기회복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했다. 아직까지 월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수가 동시에 고개를 들면서 갈수록 개선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경제가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경기 전망과 관련해 커다란 의미가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지난해 8월 이후 미국경제를 보는 시각은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Spaghetti or noodle bowl effect)’₁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크게 흐트러졌었다.
미국경제 앞날을 밝게 보는 낙관론은 회복세가 빠를 것이라는 ‘소프트 패치(soft-patch)’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완만할 것이라는 ‘라지 패치(large-patch)’로 구분된다. 비관론도 저점이 두 개 형성될 것이라는 ‘이중침체(double-dip)’에 이어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한번 더 깊은 골이 찾아올 것이라는 ‘삼중 침체(triple-dip)’를 경고했다.
인플레와 관련해 경기침체 하에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나온 지는 비교적 오래됐다. 최근 들어서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슬럼플레에션(slumpflation)’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미국경제 앞날과 관련한 이런 다양한 시각들이 이제는 가닥이 잡힌다는 의미다. 올 3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잠정치)이 2.7%로 2분기 1.4%에 비해 크게 상향 조정됐다. 미국경제 잠재성장률이 3%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최소한 비관론으로 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증시 입장에서도 미국경제가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면 커다란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은 내년에는 채권보다는 주식이 보다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위기, 일본경제 디플레 우려 등 잇따른 악재에도 앞으로 미국경제와 증시가 버팀목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일자리 창출`에 보다 집중하는 경기 부양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