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본잠식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금호산업이 7대1 감자에 나섭니다.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한 모양새인데요. 한국경제TV가 입수한 문건과 주변 정황 등은 감자를 둘러싼 문제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정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국경제TV가 입수한 금호산업 감자 추진 세부안을 담은 문건입니다.
비율, 처리방안 등을 놓고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감자비율은 7대1로 예상을 넘는 수준입니다.
부천사업장 손실로 반기보고서상 자본잠식율이 87%, 그 이후 손실이 추가돼 자본잠식율이 100%에 육박하는 등 최악의 현 상황과 감자는 주주들을 허탈하게 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거기까지 간 것 자체가 기존 주주가치는 훼손될 만큼 훼손된 것.. 회사 살릴 의욕, 의사가 있었다면 그 이전에 자산을 정리해서라도 했겠죠 이렇게 되기 전까지"
자본잠식과 함께 연결기준 부채 1조9천억, 개별 부채 1조7천억 등 벼랑 끝 상황입니다.
최근 장부상 4천억원대 고속터미날 지분을 2천억에 매각하면서 장부상 2천억대에 달하는 추가 손실이 더해지며 감자 비율도 늘어난 것입니다.
검토중이라는 KAPS 즉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매각의 경우 완공시 필요했던 PF론, 우리은행에서 빌린 590억원 등 그 자체가 빚 덩어리입니다.
KAPS 지분을 자회사에 넘기겠다는 방안은 자율협약 처지인 아시아나항공 자체도 빚이 5~6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당지원 논란마저 더해집니다.
<인터뷰> 재계 관계자
"내부에서 장부가가 실제가치를 반영치 않고 급하게 자회사를 통해 모회사가 지원받는 형식에 대해 부당지원, 모럴 헤저드 논란이 있다"
아시아나가 최근 1000억대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대한통운 매각 대금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지만 이 역시 사실상 `빚 내서 빚 막는` 형국입니다.
자칫 그룹 내 모회사이자 그룹 탑팀 경영권의 연결고리인 금호산업을 살리기 위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하는 자회사 아시아나항공 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채권단에서는 이번 7대1 감자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워크아웃과 연계된 채권이 아닌 부천 PF채권이나 대주단 대출 590억, 금호트러스트 900억 등 기촉법에 저촉되지 않는 1500억 처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문건 21페이지 하단을 보면 이 비협약채권에 대해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권유받는 상황으로 해당 채권단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채권단 관계자
"기업 회생시켜서 결국 채권단 자산을 건전화하는 게 워크아웃이다. 두 가지가 다 충족돼야지 어느 한 쪽만 충족되면 워크아웃 아니고 고통전가죠, 고통전가"
감자 전 자구노력, 특히 규모가 큰 아시아나 지분과 KAPS, 금호리조트 등을 매각해 빚을 갚고 감자비율을 낮출 수 있음에도 아예 배제하고 있는 점을 또 다른 문제로 제기합니다.
KAPS도 완전매각이 아닌 지분일부만 넘기고 금호리조트는 별도로 고속사업부 밑으로 빼놓는 등 끝까지 아시아나와 KAPS 등은 외부로 매각 않겠다는 점에도 불만을 토로합니다.
경영권의 중심 금호산업을 둘러싼 조직 탑팀의 이해관계로 계열사 지분, 자산 등은 별개로 둔 채 감자와 추후 증자만으로 모면하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인터뷰> 채권단 관계자
"오너 등 아직 급한 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지금 (금호산업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반복되는 감자로 채권단과 투자자들의 한숨의 골은 깊어 가고 있는 마당에 금호그룹이 주초에 밝힌 내년 경영방침 `솔선수범`이란 문구가 공허가게만 들리는 것도 더 이상 무리가 아닌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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