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빗나간 '7대 예측 대실수'와 '6대 악습'

입력 2012-12-24 08:05   수정 2012-12-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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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다. 으레 것 이맘때면 세계적인 석학과 전망기관들의 예측이 쏟아져 나온다. 과연 ‘이런 예측들이 얼마나 맞을까’ 반문해 보는 것도 매년 되풀이되는 일중의 하나다.

올해도 각종 예측이 수없이 나왔다. 가장 많이 나왔던 것이 중국 경제가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드미티 회장이 강조해 세계경제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컸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내년에 중국 경제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대재앙)`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이런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올들어 지난 3분기까지 중국 경제는 7.7% 성장했다. 중국 정부 목표이자 잠재 성장률인 7.5%를 웃돌았다. 경기순환 상으로도 3분기 7.4%를 저점으로 4분기 이후에는 8%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연착륙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미국경제 ‘더블 딥(double dip·이중침체)’에 대한 예측도 끊임없이 반복됐다. 루비니 교수는 침체의 골이 세 개가 생긴다는 ‘트리플 딥(triple dip·삼중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미국 경제도 일본 경제처럼 장기간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화(Japanization)‘에 대한 경고도 나왔었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4%로 떨어질 때만 하더라도 이런 예측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3분기에는 2.7%로 회복되면서 이제는 미국 경제 앞날에 대해 ‘소프트 패치론(soft datch·‘U`자형 회복)’으로 귀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시각이 미국 국민들 사이에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가격에 낀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것고 올해 내내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예측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 직전에 한번 홍역을 치렀던 데다, 월가의 슈퍼 리치 투자자인 웰버 로스 WL로스 회장이 주장했던 만큼 예측이 맞을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

최근 국채가격 움직임을 보면 이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메리카(Kormerica?Korea+Americ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한국의 국채와 함께 미국 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미국 국채수익률은 사상최저치 수준에 맴돌고 있다. 그만큼 채권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유럽위기와 관련된 예측도 유난히 많이 나온 한 해다. 그 중에서 씨티그룹 등이 제시한 `그렉시트(GreExit?Greece+Exit)‘가 주목을 끌었다. 과도한 국가채무 부담과 프랑스, 독일 등과 같은 경제 핵심국들의 지원이 잇달아 끊기면서 궁극적으로는 그리스가 유로 존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 자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되는 분위기이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가 돼 구제금융 지급을 극적으로 결정하면서 유로 존에 남아있다. 그리스 운명은 ‘그렉시트’보다 독자적인 운영권을 주는 ‘G-유로’ 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앞으로도 유로 존에 계속 잔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루비니 교수는 유로화 가치가 등가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1유로=1달러’의 등가수준은 유로 존이 출범할 당시의 환율수준이다. 이런 예측은 1990년대초 국제금융시장이 홍역을 치렀던 유럽통화위기가 재연돼 ‘제2의 조지 소로스 투기론’이 나오는 빌미를 제공했다.

한때 유로화 가치는 1.18달러대까지 급락하기도 했었다. 그 후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약세가 뚜렷해지면서 1.32달러대까지 회복됐다. 유로 존 자체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약세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바마 정부 집권 2기에도 양적완화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유로화 가치는 등가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값 예측도 크게 빗나갔다. 도이치 방크 등은 양적완화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풀린 돈이 몰리면서 2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는 3000달러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낙관론도 나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때부터 금값은 떨어지기 시작해 1500달러대 초반까지 폭락하다가 최근에는 170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값 이상으로 투자자를 올렸던 또 하나의 예측이 있다. 바로 페이스북 기업공개(IPO)가 대박을 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구글의 IPO가 대성공을 거두웠던 만큼 투자자들도 의심하지 않았다. 최근 페이스북 주가는 17달러 밑으로 떨어져 지난 9월 공모 당시 38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야말로 대실수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적인 석학들과 전망기관들의 내년도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측의 가장 큰 목적은 경제주체들의 안내판 역할과 시장을 안정시키는 기능이다. 특히 다른 가격변수보다 주가 예측은 그렇다. 하지만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에서 보는 눈은 곱지 않다.

첫째, 한국 증권사들의 주가 예측이 시장흐름에 너무 민감한 점을 지적한다. 다른 금융변수와 마찬가지로 주가도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본래의 목적인 시장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지금처럼 시장흐름을 쫓아 사후적 혹은 대증적으로 예측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둘째, 주가 예측을 그렇게 쉽게 자주 수정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올해도 직전의 예측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것도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당혹스러운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한국 증권사 내부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이나 모델이 있는 것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반문한다.

셋째, 성장률과 같은 실물통계도 아닌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주가를 예측하는 것도 놀라고 있다. 다른 변수와 달리 주가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수치를 들어 예측할 수 없고 설령 맞았다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투자전략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수 있도록 추세예측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넷째, 군집성 주가예측 관행도 한국 증시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보고 있다. 군집성 주가예측이란 전년도에 주가예측을 잘 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연도에 주가예측이 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예측관행은 예측자가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고 말한다.

다섯째, 군집성 예측관행은 주가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에서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은 10개가 넘지만 대부분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에 상하 0.5% 범위 안에 몰려있다. 극단적으로 한국에서 성장률을 내놓은 기관은 실질적으로 한국은행밖에 없다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주 지적돼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섯째, 주가 예측에 대한 결과 중시형 평가도 한국 증시발전에 저해요인으로 꼽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증권사의 속성상 이런 평가는 십분 이해되지만 주가가 상승할 때 낙관론자만이 일방적으로 평가받고 비관론자들은 시장에서 쉽게 퇴출당하는 풍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이론적으로 특정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구하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인공신경망 등이 자주 활용된다. 특히 경영계획과 투자전략을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국면전환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마코브-스위치 모델이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경기순환에 있어서 장기선행지수와 단기선행지수, 동행지수는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장기선행지수는 경기침체를 제일 먼저 경고하고 다음으로 단기선행지수는 이 신호를 확인하며 그 다음으로 동행지수가 내려간다. 경기회복기에는 동일한 순서대로 움직인다. 평균적으로 볼 때 장기선행지수는 1년전에, 단기선행지수는 6개월전에 경기변동을 예고한다.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경제사이클연구소인 에크리(ECRI: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착공건수와 기업도산 분담금 등은 장기선행지수에, 신규주문건수와 주간평균 노동시간 등은 단기선행지수에 속한다. 특히 물가와 관련해 에크리가 개발한 미래물가지수(FIG)는 전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연방기금금리를 변경할 때 가장 선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증시도 주가에 가장 빨리 반영하는 지표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발표한 각종 경기선행지수다. 이 지수가 발표된 직후 3개월 이내에 주가에 반영된다. 비록 장기이긴 하지만 국제유가가 코스피 지수의 약 9~10개월 정도 선행하고 그 정도가 의외로 높게 나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같은 지표라도 국내지표보다 미국지표가 국내주가를 선행하는 정도가 높은 것이 있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스프레드, 재고를 출하로 나눈 재고출하비율 등을 들 수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미국의 고용지표도 이 부류에 속한다. 특히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스프레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예측과 관련해서는 ‘부두 경제학(Boodoo Economics?마교 혹은 미신 경제학)’이라는 것이 있다. 위기와 같은 혼란기에 마치 굿판을 벌이듯 예측을 쏟아져 내지만 경제주체들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석학이나 유명한 전망기관들의 예측일수록 그렇다. 모든 예측이 족집게가 될 수 없지만 최소한 경제주체들에게 혼선을 초래하지는 말아야 한다.

특히 주가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시장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앞으로 주가 예측은 사후적보다 선제적으로, 지수 수준보다 추세전환으로, 인기 영합적 군집형 예측보다 소신있는 다원적 예측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동일하게 평가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국내 증권사들의 고질적인 ‘6대 악습’을 개선할 수 있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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