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희 씨(37세, 서울 마포구)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책값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쓴 책값만 무려 2백 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어떤 주제나 인물에 대한 책을 읽어 오라고 하는데 도서관이나 주위에서 구할 수 없으면 책을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책값이 너무 비싸 사주면서도 매번 부담스러워요.”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아이를 둔 김현영 씨(41세, 경기도 일산)도 아이들 책값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아이가 조르고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학습만화를 사주었는데 한 권에 만 원하는 책을 나올 때마다 사주려니 솔직히 벅차더라고요. 도서관에서 빌려보라고 하고 싶은데,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이미 다 대출이 되어버려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그냥 사줄 때가 많아요.”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요즘 책값이 만만치 않아 아이들 책 사주기가 겁이 난다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책 책값은 매년 3~4%씩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책 책값은 2009년 8,992원, 2010년 9,427원(+4.8%), 2011년 9,813원(+4.1%), 2012년 10,086원(+2.8%)으로 최근 4년 동안 1,094원이 올랐다. 가격 인상률은 12%에 달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상률은 더 높다. 할인율이 책값 인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요 인터넷 서점의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할인율이 30~50%에 달하는 책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한 오프라인 서점 관계자는 “해마다 대폭 오르는 책값은 인터넷 서점의 할인경쟁으로 출판사들이 도서를 공급할 때 할인율을 감안, 일찌감치 가격을 높이 책정한 결과”라며 “할인경쟁이 겉으로는 독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가격 인상으로 독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책값이 오르기만 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가격을 대폭 낮춘 책들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가계 부담은 물론 출판시장 불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평론에서 펴낸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미니’의 정가는 기존 도서의 1/3 수준인 3,900원으로 인터넷 서점의 할인가로 하면 마일리지를 포함해 3,159원이다.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에 1만 질 한정판매로 나온 이 책은 현재 주요 인터넷 서점의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책을 펴낸 사회평론 담당자는 “불황 시대에 어떻게 하면 학부모들의 가격 부담을 낮추면서 책을 많이 판매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예 정가를 낮추기로 결정했다”면서 “소비자는 최저의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고, 공급자인 출판사와 서점은 불필요한 할인 없이 적정이윤을 얻어 가면 그게 바로 상생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출판사들은 직접 독자와 만나는 북카페를 열거나 중국, 일본 등 해외 국제도서전에 참가해 ‘출판한류’ 물꼬를 틀면서 불황 타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주출판단지에 모여 있던 `인문까페 창비` `자음과모음` 등 북카페는 홍대 앞으로 새로 문을 열었고, 지난 8월 ‘제19회 베이징국제도서전’에 국내 주요 출판사와 저작권 에이전시 72곳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내년 7월 열리는 도쿄국제도서전에도 한국이 주빈국격인 `테마국`으로 참가를 확정, 한국 출판문화의 우수성을 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