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지속.. 국내 산업 영향은?”

입력 2013-01-15 13:45   수정 2013-01-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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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 이철희 > 일본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명목 GDP가 8%나 하락해 지난 20년 가운데 가장 심각한 디플레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디플레 탈피를 위해 아베 정부가 세 가지 경제정책을 주장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과감한 통화정책, 두 번째는 기동적인 재정정책, 세 번째는 장기 성장전략이라는 축으로 되어 있다. 민간 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뒤로 미룬 채 먼저 단기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동적인 재정정책과 관련해 지난주 10.3조 엔의 추경예산이 편성됐고 지방정부와 민간자본을 포함해 모두 20조 엔이 넘는 긴급 경제대책이 발표됐다. 일본정부는 이로 인해 실질 GDP를 2%p 증가시키고 60만 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선거를 앞두고 2분기와 3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 미만에서 2%로 상향 조정했다.

과감한 통화정책과 관련해 일본중앙은행이 정부와의 협의문서를 통해 2% 물가목표를 채택하고 미국 연준처럼 무한대의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결정은 1월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4월 8일 아베가 지명한 BOJ 총재가 임명된 뒤에는 양적완화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재정개혁, 미국 주도의 TPP 참여,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원전 재가동 문제, 중일관계 정상화 등은 7월 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아베 정권은 선거 기간 중 50조 엔에 이르는 정부와 민간의 해외펀드를 만들어 해외자산을 매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근 일본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통해 ESM 채권매입을 선언했는데 아직 이런 논의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가 이러한 기금을 통해 미국 국채를 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엔화가 급격히 약세되면서 환율 전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펀드 설립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국채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변화 전략 때문에 미국 국채를 줄이고 있는데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일본이 국채를 매입해준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과거 통화정책을 보면 일본의 통화정책보다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해 엔달러의 흐름이 장기적으로 결정됐다. 따라서 미국이 정책을 변경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엔화 약세 기조는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금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이 주택경기 회복을 통해 어느 정도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이고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인해 장기적으로 경상적자가 축소될 전망에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단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중국을 미국이 견제하려고 하는데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일본의 정치,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고 특히 친미정권인 아베 정권의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일본경제가 안정화될 수 있는 수준의 엔화 약세는 용인할 것이다.

따라서 지나친 엔화 약세가 미국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킨다거나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가 한중일 통화전쟁으로 확산되어 주변국의 정치적 관계를 악화시킨다면 경계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까지는 엔화 약세를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통화정책, 재정정책은 7월 참의원 선거까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 엔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엔달러는 92엔에서 95엔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일본 내부에서는 지나친 엔화 약세가 자국 내의 비판과 환율 전쟁이라는 논란을 불러올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증하면 소비세 인상과 더불어 소비 심리를 위축할 가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 발언이 내부에서 나오면서 90엔대 환율을 일단 지지하는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

급격히 환율이 100엔대로 올라서게 되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100엔대 진입은 어려울 것이다. 다만 내년 후반부터 미국경제가 정상화되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엔달러는 금융위기 이전의 100엔에서 120엔대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망은 7.8%를 예상하고 있다. 12월 수출 데이터를 보면 변동성이 심해서 논란이 많지만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래서 7.9%로 시장을 전망한다. 그러나 8% 이상의 서프라이즈가 크게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다. 같은 날 발표되는 산업생산이나 고정자산투자, 소매판매도 3개월 정도 완만한 회복 기조가 지속되어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었다는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이 완전한 서프라이즈를 주려면 8% 이상의 성장이 나와야 한다.

아직은 시기상조로 본다. 지난 12월 물가가 2.5% 급격히 상승한 것은 강한 한파로 인해 식품물가가 전년 대비 4.2%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했다. 2월 춘절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은 조금 더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후에는 차츰 완화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전체적으로 중국의 물가 목표가 3.5%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3%가 넘기 전에는 긴축 전환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경기회복이 조금 더 빨라지고 세계적인 경기회복 기조에 이어 상품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면 하반기에는 인플레가 3%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연말에는 긴축 전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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