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脈] '시장의 거울'...삼성생명 부활에 담겨진 의미

입력 2013-01-22 09:12   수정 2013-01-22 09:26

삼성생명의 주가가 공모가격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상장 당시 돈 좀 있는 강남 부자치고 공모주 청약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삼성생명의 주가는 하지만 2010년 상장 이후 내리막 길을 걸었다. 주가는 2011년 말 7만9,500원까지 추락했다. 2012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삼성생명 주가는 작년 12월 중순부터 외국인들의 매수가 붙기 시작하면서 불과 한 달여만에 15%가량 뛰어오르며 공모가격 11만원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작년 12월10일부터 올해 1월18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생명 주식 62만5천여 주를 쓸어담았다.

그렇다면 삼성생명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또 금융과 자본시장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표-1 : 한국 국고채금리, 자료:신한금융투자)

(표-2 : 미국, 독일, 일본 10년 국고채 금리, 자료:신한금융투자)

첫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저금리 기조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직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한국의 강력한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소한 바닥다지기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즉, 더 이상 금리가 내려갈 동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표-1,2 참조) 물론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하, 동결, 인상 의견이 3분할 될 정도로 향후 금리전망은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중요한 점은 금리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표-3 : 삼성생명 자산운용 현황, 2012년 9월말 현재, 자료:삼성생명)

보험사는 보험료를 받아서 주로 채권에 투자해 자금을 운용한다. 금리변화의 민감도가 가장 높은 산업 가운데 하나가 보험업인데 금리가 최소한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만으로도 삼성생명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표-3 참조)

두번째는 고령화와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운용 패턴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고령화는 자연스럽게 연금과 저축,보장성 보험의 수요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즉시연금의 폭발적인 인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삼성생명의 실적에는 이같은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 (표-4 참조)

(표-4 : 삼성생명 월평균 일시납 연금 실적, 2012년 9월말 현재, 자료:삼성생명)

2012회계연도 상반기(2012년 3월~9월) 일시납 연금 실적을 보면 즉시연금의 인기가 얼마나 폭발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분기(6~9월)에는 매월 평균 6,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즉시연금으로 쏠렸다. 고령화가 현재보다 더욱 진행되면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가입 연령층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삼성생명이 운영에 들어간 `패밀리오피스` 제도인데,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한 보험권의 본격적인 PB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고액자산가들은 재산증식과 함께 유산상속, 절세 등을 위해 은행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과세나 절세 혜택 상품이 다양한 보험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우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액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강화된 반면 종신형 즉시연금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자산가들이 보험사 상품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요인이 늘어난 것이다. (표-5 참조)

(표-5 : 삼성생명 고액 종신 월납보험료 판매실적, 2012년 9월말 현재, 자료:삼성생명)

규제의 변화로 큰 손 자산가들의 자산운용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새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와 세원확보 노력으로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흐름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각종 펀드를 판매중인 삼성생명은 앉아서 세금을 더 부담하느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자산가들의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은행과 증권사도 이들 고액자산가들의 니즈를 맞추고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사실상 무한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마지막으로 기업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이다. 이미 새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금산분리는 강화하는 한편 대기업 부당내부거래 이익 환수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 조항은 다소 완화됐지만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삼성생명은 그룹의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표-6 참조)

(표-6 :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방안, 자료:KDB대우증권)

물론 대기업 규제와 관련된 전망은 앞서 밝힌 두 가지에 비해 훨씬 불확실성이 높은 변수라고 하겠다. 다만 중요한 점은 한국의 대표 대기업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중심에는 삼성생명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7.21%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금융사를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는 곧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의 변화가 생긴다면 삼성생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미 삼성카드는 법에 정한 지분을 제외한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의 한 고리를 끊었다. 시간은 더디겠지만 변화는 시작됐고 그 하이라이트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관계가 될 것이다. (표-7 참조)

(표-7 : 삼성생명 계열사 지분 보유현황, 자료:하나대투증권)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수요된다. 특히 삼성의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지배구조 변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제시될 대기업 정책에 삼성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삼성생명은 저성장-저금리라는 이른바 `뉴 노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지표(Indicator)로, 인구구성비와 금융-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수혜자로,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제기돼왔던 대기업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의 상징이라는 삼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삼성생명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삼성생명은 세 가지 관점에서 올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시장의 거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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