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차할부금융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더니..

입력 2013-02-04 11:15   수정 2013-02-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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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구입시 금융의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10일 기자단 산행에서 금융소비자리포트 제2호 주제가 `자동차 할부금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원장은 "자동차 할부금융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받는 사례가 많았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리포트 제2호 `자동차 금융` 편에는 `수입차 할부금융사`에 대한 부분은 배제해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던 권 원장의 공언이 무색해졌다. 2차례에 걸친 발간 연기에도 불구하고, 회사별 연금저축 수익률 정보가 빠져 있어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던 제1호 `연금저축` 편에 이어 반쪽짜리에 그친 셈이다.

BMW와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수입차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를 넘을 정도로 커졌다. 이같은 수입차시장 확대는 수입차 업체들이 3~4천만원대 중저가 상품 등 기존 수입차보다 저렴한 전략 상품을 쏟아낸 것과 함께 한달에 10~20만원만 내면 된다고 꼬드기는 계열 할부금융사의 금융마케팅 덕이 컸다. 이에 따른 `수입차푸어` 역시 우려되는 수준. 이들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11%~15% 수준의 금리를 물리고 있다. 신차 기준으로 캐피탈사들의 금리가 은행의 2배 수준이지만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신한은행의 3배 수준으로 차이가 더 크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리포트 제2호에는 수입차 `유예할부`와 관련한 피해사례에 대한 설명만이 간략하게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금리비교에 왜 수입차 할부금융사가 빠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총괄 국장은 이들 수입차 할부금융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제외했다는 말로 무마했다. 그렇지만 BMW파이낸셜과 벤츠파이낸셜, 도요타파이낸셜 등 빅3 수입차 할부금융사의 매출은 국내 수입차시장 확대에 힘입어 지난 2011년에는 1조원에 육박해 캐피탈사 전체 매출의 10% 수준으로 올라왔다. 결국 이번 금융소비자리포트는 이 10%에 해당하는 소비자는 배제한 셈이다.

단순 비교로 인한 업계의 불만 역시 이번 `금융소비자리포트 제2호`에도 나타났다. 특정 시점의 단순 수익률 비교로 생보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는 `연금저축` 편에 이어 이번 `자동차금융` 편 역시 캐피탈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업계 특성에 대한 설명을 배제한 채 단순 금리 비교만 한 탓이다. 취급수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인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캐피탈사의 할부금융 금리가 은행보다 비싼 건 신선한 얘기가 아니었다.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수수료는 3월 폐지된다.

여신금융협회는 금융소비자리포트 제2호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은행보다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협회는 5등급 이상만 취급하는 은행에 비해 5등급 이하가 44%에 이르는 여신전문금융회사가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또 대출한도도 5천만원인 은행에 비해 탄력적이고, 상환방식도 은행보다 다양한데다, 하자발생시 할부금납입을 거부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에 따라 "금리비교 뿐만 아니라 금융수요와 자동차구매스케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분기에 한번꼴로 금융소비자리포트를 발간할 계획이다. 사실 복잡한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소비자들의 오해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결과를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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